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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수사·재판 절차 개혁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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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사범이나 다른 일반 피고인이었으면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이건 피고인의 방어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일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재판이 길어지자 오후 8시부터 20분가량 법정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는 소식에 한 법조인이 혀를 차며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7일부터는 주 4회 법정에 나와 재판을 받고 있다. 심리할 내용과 증인이 많아 재판은 밤 늦게까지 진행되기 일쑤다. "6개월로 제한된 1심 구속기한에 쫓겨 그렇다고는 하지만, 1주일에 4번이나 재판을 받으면 피고인측은 언제 공판 내용을 복기하고 언제 방어전략을 세우나요. 그럴 시간도 없겠죠. 국정농단 사건이 아닌 다른 사건이었다면 이미 방어권 침해, 인권 침해 논란이 제기됐을 겁니다." 다른 법조인도 같은 취지로 말했다.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과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일은 재판뿐만 아니라 수사과정에서도 일어난다. 야간조사, 밤샘조사가 대표적이다. 검찰은 일과시간이 끝난 이후에도 피의자를 계속 조사할 필요가 있을 경우 각 청마다 지정된 인권감찰담당관의 허가와 피의자 측의 동의를 받아 야간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소한의 통제 장치는 마련했으니 적법절차 위반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밤샘조사 등은 법조계가 개선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 가운데 하나다. 

 

피의자 신문시 변호인 참여권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검찰 조사시 의뢰인인 피의자 옆에 앉지도 못하고 뒤에서 사실상 참관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뢰인이 답변할 때 법률적 조언을 하려고 하면 조사 방해라며 검사실에서 내쫓기는 일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윤석열)이 22일 변호사들로부터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수사절차 등 형사사건 업무처리와 관련된 낡은 관행을 고치겠다고 선언한 것은 늦은 감은 있지만 반가운 일이다. 새 정부 들어 검찰개혁, 사법개혁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거창한 담론보다 이렇게 국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수사·재판 절차의 낡은 관행부터 걷어내는 데에서 개혁의 바람이 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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