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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아마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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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는데, 그 즈음 소식이 뜸했던 지인들로부터 새삼스러운 안부 연락을 꽤 받았다. “꿈에 네가 보이더라. 어찌 지내니. 잘 지내니. 네 생각이 문득 났다” 등. 과연 사람의 기운이라는 것이 있을까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 중 하나는 또래 중 가장 멋쟁이였다. 일찌감치 유학길에 올라 글로벌 투자은행에 취업했고, 때에 맞추어 이름난 회사로 계속 옮겨 다녔다. 잊혀질만하면 청접장이나 연하장, 때로는 선물로 존재를 알려왔다. 그녀가 보내는 것들에서는 막연한 뉴욕의 향기가 났다. 그랬던 그녀가 더 이상 머리로 하는 일은 그만하고 싶다며, 마사지를 배워 작은 샵을 열었다고 했다. 화장기 하나 없이 개량한복 비슷한 것을 입고 웃는 모습을 보자니, 그 또한 어울린다 싶다.


요즘 편한 사람들과 모여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 주제 중 하나는 “플랜 B, 혹은 지금 하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다. 직업의 종류나 그 만족도를 불문한다. 뭔가 안 풀리면 안 풀리는 대로, 만족스러우면 또 그런대로 더욱. ‘4차 혁명’이란 무시무시한 단어가 등장하면서 불안은 더욱 증폭되었다. 이름 그대로라면 우리는 혁명 세대다.


그 중 여건이 되거나 용기가 있는 사람은 새로운 길로 전향하기도 했고, 또 다른 기회를 꿈꾸며 나름의 플랜 B를 착실히 준비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리고 대다수는 일상을 해치지 않는 정도의 돌파구를 찾는다. 운동을 하고, 산에 오른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즐긴다. 무언가를 모으고, 춤을 추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생산된 것을 적극적으로 전시하기도 하고, 동호회나 대회에 참여하면서 저변을 넓혀가기도 한다.

특별한 취미랄 것도 없는 나와 달리 손재주가 좋은 남편도 주말이면 가구를 만들고 수초를 꾸미느라 바쁘다. 

 

최근에는 수초꾸미기 챔피언십에 나간다며 딸아이와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런 대회를 누가 나가나 보니, 순위권의 수준은 수조 속에 장가계가 펼쳐진 정도다. 


아마추어(amateur), 라틴어로는 amator,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 아마추어리즘의 핵심을 직업이나 생계의 수단이 아닐 것에 두면 어원에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몰입이라는 경지까지는 아니라 해도 무언가 느슨하게 일상의 강박을 풀어줄 것들이 간절한 시대다. 그런 면에서,“왜이래, 아마추어 같이”라는 유행어로 폄하 당하기에는 아마추어가 선사하는 행복이 크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타인에게 폐 끼치지 않는 것이라면, 충분히 사랑하고 위안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런 것 하나 없이 버티기에 직업인으로서의 일상은 고되고, 운이 좋다 한들 때로 권태롭기 때문이다. 7년 전, 전설의 아마추어 골퍼 바비존스를 소재로 썼던 칼럼의 마지막 줄로 연재를 마무리 하고 싶다.


“프로 법조인으로 오늘 하루도 수고하신 여러분, 여러분의 마음 속 아마추어 리그는 안녕하신지요. 그 안부를 여쭙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