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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인사청문회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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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바쁜 새 정부도 어김없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발목이 잡혔다. 병역면탈·세금탈루·위장전입·부동산투기·논문표절 등 5대 비리 혐의자는 공직자 인선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터라 새 정부가 발탁한 일부 공직후보자에게서 나타난 이 같은 도덕성 문제는 더 도드라져 보인다. 야당 시절 공직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여러차례 낙마시켰던 현재의 여당은 야당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냐'는 비판까지 받으며 곤혹스런 상황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는 대통령의 인사 전횡을 견제하는 동시에 고위공직자의 업무능력과 도덕성 등 자질을 검증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00년 도입됐다. 그러나 검증이 직무수행능력보다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에 집중되면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후보자 본인은 물론 부인과 자녀 등 내밀한 정보까지 들춰내며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으로 흐르는 사례가 빈번하다.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공직에 임명되더라도,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영(令)'을 제대로 세우고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김 후보자 아들의 음주운전 전력을 거론하며 '수신제가(修身齊家)도 못하는 사람이 무슨 헌법기관장이냐'는 식의 연좌제성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미국처럼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윤리성 검증과 업무능력 검증으로 이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87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사청문제도를 도입한 미국은 공직후보자의 개인 신상이나 도덕성 문제는 사전에 비공개로 진행하지만, 우리보다 더 혹독할 정도의 현미경 검증을 벌인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국민 앞에서 공개적으로 업무능력과 정책역량에 대한 검증이 이뤄진다. 고강도의 도덕성 검증을 하면서도 후보자의 인격과 사생활을 보호하는 동시에 공개적인 인사청문은 철저하게 직무수행능력 위주로 진행해 자질을 검증하고 이후 원활한 직무수행을 도모하는 것이다. 우리 국회에도 이 같은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이미 발의돼 있다.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도덕적 결함을 가진 공직후보자는 반드시 걸러내야 하지만, '마구잡이식', '아님 말고 식'으로 후보자의 개인신상을 터는 관행은 지양돼야 한다. 지금의 인사청문 방식으로는 어느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더라도 같은 부담을 안게 된다. 당리당략을 떠나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