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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그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법

권양희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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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학대가 의심되는 아이를 진료한 의사가 몰래 112 신고를 하자, 순식간에 도착한 경찰이 병원이 떠나가도록 외쳤다.

“아동학대 신고하신 분~?!!”

오래 전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설마 실화일까 싶다.

아동학대 신고 경험이 있는 의사와 교사를 만났다.

대부분 신고 후에 경찰로, 검찰로 진술하러 다니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경찰에서 이미 한 번 이야기 했는데, 검찰에서 또 부르더라, 진료나 수업에 지장이 있어 안 되겠다 했더니, 그럼 재판 때 법원에 가서 증언해야 한다 하더라. 그래서 과태료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는 신고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고 했다.

극심한 항의에 힘들었다고도 했다. 왜 신고했느냐는 타박 정도는 애교라고 했다. 그냥 두지 않겠다는 협박, 밤길 조심하시라는 은근한 위협, 자식 키우지 않으시냐는 소름끼치는 한 마디. 도저히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진료실을, 교무실을 들쑤셔 놓는 사람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과태료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는 신고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고 했다.

증인석에 섰던 교사도 만났다. 보복이 두렵긴 했지만 나오지 않으면 구인할 수 있다고 하기에 겁이 나서 출석했단다.

증인석을 가려주는 차폐시설에 잠시 두려움을 내려놓을 무렵, 검사가 묻더란다.

“증인은 00초등학교 상담교사 000이 맞지요?”

차폐시설은 왜 한 것인지. 그래서 과태료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는 신고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들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신고의무자다. 신고의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그들을 움직인 것은 과태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늦게야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으로 신고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과태료를 내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는 신고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되돌릴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실천은 여전히 아쉽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