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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생활

[나의 문화생활] 뮤지컬 '드림걸즈'를 보고

최초의 내한 공연… 오리지널 소울 '환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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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림걸즈>. 최초의 내한공연인데다 all African-American cast! 이것만으로 이 공연을 볼 이유는 충분했다. 뮤지컬 <드림걸즈>는 1960년대 유명한 R&B 여성그룹인 슈프림스(Supremes)를 모델로 만든 흑인 여성 트리오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욘세, 제니퍼 허드슨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로 이미 유명하다.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하던 시대에 흑인 여성 그룹이 어려움과 멤버간 갈등을 겪다 결국 성공과 화해를 이룬다는 다소 뻔한 스토리이지만 'Listen', ‘Dreamgirls’,'One Night Only', 'Move' 등 익숙하고 유명한 넘버들을 꼭 소울풀한 분들의 목소리로 듣고 싶었다.

에피, 디나, 로렐. 세 사람은 부푼 꿈을 안고 콘테스트에 참가했다가 거기서 알게 된 매니저 커티스와 함께 인기가수 지미의 코러스를 하게 된다. 수완이 좋은 커티스는 자기네 음악을 차트에 올리기 위해 DJ에게 뒷돈을 주거나, 협박하는 'Steppin To The Bad Side'의 방식도 써가면서 지미네를 유명하게 만든다. 하지만 성공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특유의 스타일로 끼와 소울이 충만한 지미에게 백인 중산층 스타일의 음악을 강요하고, 지미의 코러스가 아닌 여성트리오 그룹으로 독립하여 데뷔하는 드림걸즈의 리드 싱어를 에피에서 좀 더 외모가 좋고 목소리가 가벼운 디나로 교체하려고 한다. 커티스의 매니저로서의 능력을 신뢰하게 된 다른 멤버들, 심지어 에피의 남동생인 작곡가 씨씨까지도 에피에게 리드 싱어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고, 에피는‘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라며 거부하지만 끝내 리드 싱어는 바뀐다. 에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방황하다가 결국 팀에서 축출된다. 드림걸즈가 승승 장구하는 동안 미혼모로 바를 전전하던 에피는 동생 씨씨가 화해를 위해 가져온 노래‘One Night Only’로 솔로 가수로 재기하고, 결국 디나, 로렐과 화해한다. 이 세 흑인 여성의 성공 스토리, 그리고 그 속에 녹아 있는 사랑과 우정은 사실 그리 재미있지는 않다. 에피, 커티스, 디나의 삼각관계나 지미와 로렐의 오랜 불륜관계는 심심하고 솔직히 좀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극중에서 화려한 콘서트 공연을 보여 주다가 자연스럽게 무대 뒤로 장면이 넘어가는 독특한 무대전환이나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멋진 노래와 춤, 시간이 지나면서 유행과 함께 바뀌는 드림걸즈의 헤어스타일과 의상... 이런 볼거리, 들을거리가 스토리라인의 약점을 훌쩍 뛰어 넘는다. 특히 소울을 주체 못하고 공연 중에 바지를 벗어버린 지미역의 닉 알렉산더는 실제로 흥이 넘쳐 무대에 나올 때마다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고, 무엇보다 에피역의 브리 잭슨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디나가 부른 디스코 버전의‘One Night Only’도 좋았지만 낡고 수수한 옷차림의 에피가 애절하게 부른 ‘One Night Only’는 지금 떠올리기만 해도 부슬부슬 비오는 새벽 3시의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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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력이 꽤 요구되는 이 넘버들을 모두 매일 소화하는 것은 힘들었던 것일까? 뮤지컬 <드림걸즈>는 잦은 캐스팅 변경, 심지어 당일이나 공연 도중에의 캐스팅 변경으로 많은 원성을 듣고 있기는 하다. 다행히 캐스팅 변경 없이 포스터의 배우들만으로 이루어진 공연을 본 행운(?) 덕분에 공연을 보고 와서도 한 동안 <드림걸즈>의 넘버들을 흥얼거리며 지냈을 정도로 정말 만족스러웠다. 역시 흑인 음악은 흑인의 감성으로.

‘오리지널 소울에 압도까지는 안 당할 자신이 있더라도 이 넘버들은 오리지널 소울로 듣는 것이 맞다.’

이윤정 강원대 로스쿨 교수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