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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유무죄로 갈라진 양심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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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법원 판결에 대한 양심적 거부인가. 대법원 판례에 정면으로 배치하는 하급심판결을 소위‘튀는’ 판결이라 비난하지만 하급심 판사가 양심에 따라 숙고한 끝에 내린 판결일 것이다. 최근 하급심이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2004년과 2011년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과는 반대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무죄판결을 내리고 있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위해 ‘장기 무상 사회복무'를 제안한 문재인 대통령의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서울동부지법에서 최근 여호와의 증인 신도 2명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올해만 7차례다. 최고법원의 권위에 눌려 유죄판결도 내려져 양심이 법의 심판으로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이 40여건에 이르고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6건을 포함해 총 30여건을 심리 중이라고 하니 갈라진 양심의 틈이 빨리 메워져야 할 것 같다. 국가가 양심의 자유와 병역 의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헌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을 지적하는 무죄 판결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압박하는 하급심발 사법혁명의 도화선이 될지 관심이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채 형사처벌 규정만을 두고 있다고 해도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법원도 현실적 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국방의 의무를 위해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안보논리는 만능이다. 남북 대치 상황을 감안하면 국가 안보가 더 우월한 가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병영 대신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어도 국가안보에는 틈이 벌어지지 않았음을 수십 년간 보아왔다. 피고인 한 명이 군입대를 거부한다고 남북대치 상황에 영향이 있는 것도 아닌 듯하다. 개개인의 병역거부 자체로 국가안보가 흔들릴 정도로 대한민국이 허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판을 받는 병역거부자 한 명에 의해 국가안보가 흔들리고 병역제도가 무너질 것인지를 판단해야지 수백 명의 병역거부자 집단에 의한 안보위태화를 상정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양심을 믿지 못하겠다는 국민다수가 대체복무를 반대한다는 여론도 유죄론자들이 잘 쓰는 무기다. 국방부는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은 국민 다수의 공감대에 의해서 해소되는 것도 아니므로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사법부의 중요한 역할은 소수자 보호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이다. 그렇다면 절대적이고도 진지한 종교적 양심의 결정에 따라 병역의무를 거부한 젊은이들에게 국가형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악마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국가형벌권이 젊은이들의 진지한 양심에 한 발 양보하고 그들이 자신의 양심을 지키면서 국가에 봉사하고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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