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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아픈 손가락

권양희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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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그에게 막내아들은 항상 더 아픈 손가락이었다.

유학까지 다녀온 큰아들은 번듯한 직장이 있고, 둘째인 딸도 전문직 남편을 만나 잘 살고 있으니 큰 걱정은 없었다.

문제는 가벼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막내아들이었다. 그는 막내에게 일찌감치 작은 상가를 넘겨주었다. 관리만 잘 해도 빠듯하나마 세를 받아 제 식구 건사는 하지 싶었다. 그렇지만 귀가 얇은 막내는 그마저 잘 간수하지 못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가는 경매로 넘어갔다. 결국 그는 막내에게 수시로 생활비를 보태주었고, 막내는 그의 마지막을 지켰다.

그는 떠나면서 기대하였을 것이다. 그래도 적지 않은 재산을 남겼으니 공평하게만 나누면 남겨진 자식들 모두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와 달리 남겨진 자식들은 상속재산을 두고 다투기 시작했다.

큰아들은 막내가 십여 년 전 받은 상가와 지금까지의 생활비를 상속 개시 당시의 시가로 계산하여 특별수익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주장대로라면 생계조차 막막한 막내가 받을 상속재산은 없다.

딸은 오빠의 유학자금이 특별수익이라 주장했다. 아버지는 평소 아들들만 편애하였으니 상속분만큼은 법대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막내 역시 이십여 년 전 누나가 받은 결혼자금도 특별수익이라 주장했다.

결국 그들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

법은 분쟁 해결을 위해 존재하여야 한다. 법조항에 따른 기교적 해석으로 더 많은 분쟁이 일어난다면 분명 잘못된 것이다.

자식을 공부시키면서, 자식의 혼수를 챙기면서, 그것이 상속분의 선급이라 생각하는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까.

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이라는 이름으로 오래전의 작은 증여까지 낱낱이 밝혀 수년간의 재판을 하는 것. 부족해 보이는 자식에게 부모로서 주었던 도움까지 들추어 기교적으로 저울질 하는 것. 그것이 과연 고인의 뜻일까.

상속재산은 처음부터 상속인들의 것이 아니었다.

유류분만으로도 상속인들 사이의 최소한의 형평은 지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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