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초포럼

주택임차인과 배당요구 종기

10.jpg

어느날 혼자살고 있는 80대 할머니가 찾아오셨다. 전 재산이라고는 지금 살고 있는 소액 주택임차보증금 1300만원이 전부인데 그 집이 경매가 끝남에 따라 배당기일 통지서를 받은 것이다. 그동안 아무런 통지나 연락을 받은 것이 없어 경매사실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경매가 이미 끝나 배당기일을 남겨둔 후에야 통지서를 받은 것이다. 법도 모르고 눈도 어두운 이 분이 여러 곳에서 법률상담을 받아보니 배당요구 종기 내에 배당요구를 한 적이 없어 배당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고, 현재 실무상 다른 구제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전문가에게 법절차를 의뢰할 만한 경제적 여력도 없으시다.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배당요구를 신청하고 배당요구 종기 연기를 신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며칠 후에는 낙찰자로부터 인도명령도 날라와 이제는 그야말로 쫓겨나야 하는 상황이다. 배당요구 종기 전에 경매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배당요구를 신청하였을 것인데, 전혀 경매통지 등을 받은 사실이 없어 알 수가 없었는데 도대체 누구의 잘못이며, 그동안은 왜 아무런 통지가 없다가 경매가 다 끝난 뒤에 배당기일 통지서나 인도명령은 하자 없이 송달되고 있는 것인지. 결국 경매절차에서 주택임차인 등에 대한 송달시스템 등의 한계 문제로 인해, 이 분은 전혀 귀책사유 없이 전 재산을 날리게 된 것이다. 이 분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나.

소액주택임차보증금은 최소한의 생계(거주)보장이라는 정책적인 고려에서 파산절차에서도 면제재산으로 보호되고 있으며, 민사집행법상 압류금지 채권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소송절차에서도 당사자에게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변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에는 소송행위의 추완(추완 항소, 항고 등)이 인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개별 경매절차에서 주택임차인에 대한 송달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전혀 경매사실을 알 수 없었던 경우, 다른 권리구제 조치도 없이 최소한의 생계수단인 소액주택임차보증금을 전부 날리고 쫓겨나야 한다는 것은 문제이다. 더욱이 현재 실무상 집행관 현황조사시 임차인을 직접 만나는 비율이 매우 적은 상황에서, 임차인에 대한 안내통지를 발송송달로 처리하면서 그 사실을 알지 못해 배당요구를 하지 못한 임차인의 전재산이다 시피한 보증금을 실권시키는 것은, 소액 임차인 뿐만 아니라 일반 주택임차인에게도 문제가 아닐 수 없으며, 그동안 유사한 사례(대부분 혼자 거주하는 노인, 직장인, 학생 등)가 종종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분들의 열악한 지위로 누군가가 대변하지 못하다 보니 공론화되지 못한 채 지내오고 있을 뿐이다.

배당요구 종기제도를 도입한 것은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그러나 최후의 권리구제 기관인 법원에서는, 많은 사건을 신속하게 획일적으로 처리하는 행정부와 달리 이러한 사회적 약자의 권리보호에도 배려를 하여야 할 것이다. 주택임차인이 귀책사유 없이 배당요구 종기를 알 수 없었던 경우 배당이의나 부당이득 반환을 허용하도록 하는 판례의 변경 내지 형성, 배당요구 종기를 적극적으로 연기해주도록 법원 실무의 개선과 이들에 대한 경매안내 통지 시스템의 보완, 나아가 근본적으로는 입법적인 권리구제 조치 등이 있었으면 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