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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소년을 위로해줘

홍종희 지청장 (공주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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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구(詩句)처럼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가 우리를 유혹하는 오월, 이맘때면 알록달록한 풍선과 달콤한 솜사탕 내음,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득한 놀이동산과 엄마아빠의 가슴에 달린 서툰 솜씨의 카네이션 코사지가 떠올라 덩달아 설레고 행복해진다.

새삼 가정의 소중함이 강조되는 시기가 되니 가정해체나 불화와 같은 불우한 경험에 노출되며 범죄를 저지르고 검사실에 불려왔던 많은 소년들이 기억난다. 그들은 누군가 알아주기만 한다면 어떤 행동이든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소년 비행의 요인으로 가정에서 충족되지 않은 애착관계나 애정관계, 인정욕구를 꼽는다. 부모의 정서적 결함과 스트레스 및 부재, 자녀 교육 실패 등 가족환경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소년범죄의 예방책으로 무엇보다 그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필자도 소년범의 선도는 가족의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는 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필자가 근무하는 검찰청에서는 소년범 선도의 일환으로 사진관을 운영하는 법사랑 위원의 재능기부를 받아 소년범의 가족사진을 촬영해주었다. 소년들에게 가족의 사랑을 느끼는 계기를 마련해주고자 함이었다. 모델인 듯 멋진 포즈로 촬영한 가족사진을 전달받는 자리에서 소년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자신의 꿈과 미래를 이야기했다. 가족들과 같은 색깔의 옷을 맞춰 입고 눈빛을 교환하며 보낸 두어 시간이 그들에게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깨닫게 했던 것이다.

이 시간 어디에선가 절망과 자기부정에 휩싸인 소년들이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그릇된 행동에 나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 은희경의 소설 ‘소년을 위로해줘’의 주인공 연우는 “틀 안에 들어가 있어야 안전하다고 우리에게 잔소리를 잔뜩 늘어놓으면서 정작 세상은 너무 부주의하다. 우리가 깨지기 쉽다고 보호하다가도 상자 속에 넣은 다음에는 던져버린다”고 푸념한다. 급격한 사회 변동으로 사회적 연대가 무너지고 개인이 고립되는 현대 사회에서 날마다 좌절과 결핍에 직면하고 있는 소년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 어른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따뜻한 위로가 아닐까.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