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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회의는 전국법관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있는가

차성안 판사(전주지법 군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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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최근 판사회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하여,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여할 법원 대표를 선출하고 있다. 한국은 전국법관대표회의 근거 규정이 없어 문제다. 이하에서, 판사회의가 전국법관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있는지를 논한다.


II. 판사회의가 전국법관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있는지


1. 판사회의는 각급 법원 사법행정만 자문할 수 있는지
판사회의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이하 ‘판사회의 규칙’) 제5조 제1항 제2호는 심의사항으로 ‘대법원 규칙의 제정이나 개정 등 사법부 운영에 관하여 대법원에 건의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위 조문 표현에서 드러나듯, 개별 법원 판사회의가 당해 법원 사법행정만 자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설치근거가 없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위법한 집단행위인지
회의체를 구성해 논의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의 보호를 받는다. 어떤 근거가 있어야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제한할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만 제한될 수 있다. 법관들의 표현과 결사의 자유는 법의 지배와 인권이 존중되는 민주사회의 핵심요소이다. 자유롭게 단체를 결성할 자유를 가짐으로써 법관들은 그 독립성 및 다른 직업상의 권리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다(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 저, 국제인권법연구회 역, ‘국제인권법과 사법-법률가(법관, 검사, 변호사)를 위한 인권편람’, 2014, 164면). 유럽평의회 각료위원회 권고R(94) 12는 원칙 4에서 “법관은 독자적으로 또는 다른 기관과 함께 독립성과 법관의 이해를 보호하는 임무를 가진 단체를 결성할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했다(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 앞의 책, 164면 각주 61). 영미나 독일에는 법관 결사단체가 다수 결성되어 있다. 법관들이 전국법관대표회의를 구성하는 것도 결사의 자유의 보호대상이다.

 

판사도 공무원 신분을 가진다(국가공무원법 제2조 제2항 제2호).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본문은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다. 판사들이 현재 상황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구성하는 것이 위 규정상 금지되는가. 그렇지 않다. 이는 법관의 독립이라는 법관의 직무의 핵심을 지켜내기 위한 공무 그 자체를 위한 행동이다. 집단행동의 범주에 포섭되기 힘들다. 대법원조차도,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 재판개입 사태 때, 각급 법원의 대표자를 모아 전국법관워크숍을 연 바 있다.

 

헌법재판소에 의하면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는 공무에 속하지 아니하는 모든 집단적 행위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금지되는 집단행동은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거나 공무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공무원 다수의 결집된 행위’로 한정된다{2011헌가18, 2011헌바32,2012헌바185(병합)}. 진상조사결과 사법행정권 남용이 확인되었다. 그 해결을 위한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가 ‘공익이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사법부 업무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손상’을 가져오지도 않는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신뢰를 오히려 강화한다.

 

3. 전체판사회의에서의 대표자의 선출은 위법한지
판사회의는 법관들의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의 보호를 받는다. 결사의 자유는 단체의 구성 외에 활동의 자유를 포함한다. 단체가 특정 이슈와 관련하여 구성원의 의사를 대변할 대표를 뽑는 것도 가능하다. 특정 이슈에 대한 대표를 뽑을 자유도, 이를 제한하는 법률 규정이 없는 한 보장된다. 이는 너무 자명해서, 이인복 전 대법관도 4명의 진상조사위원을 판사회의에서 뽑은 대표로 구성했다. 이후 이렇게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한 결과를 고영한 법원행정처장도 받아들였다.

 

4. 의장이 위법한 대표자 선출 소집요구안을 수정할 수 있는지
대표자 선출이 위법하지 않으므로 위 쟁점 자체가 인정되기 힘들다. 판사회의 규칙 제5조 제1항 제7호는 ‘제4조 제3항의 경우에 판사들이 의제로 할 것을 요청한 사항’을 심의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의장에게 수정하여 소집요구할 권한을 주고 있지 않다. 가정적으로 위법 여부가 문제되더라도, 그대로 소집요구를 해야 한다. 법률 해석의 최종권한을 가진 일선 법관들이 과연 위법한지를 토론하면 족하다.

 

5. 판사회의는 비공개인데 코트넷에 결과를 공개할 수 있는지
판사회의 규칙 제9조 제1항은 '판사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 다만 의장의 허가를 얻은 사람은 방청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판사회의에서 심의·의결해 공개하기로 문구의 공개도 금지되는가. 제1항 단서의 '의장의 허가를 얻은 사람은 방청할 수 있다'는 규정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비공개의 의미는 그 심의·의결 과정을 방청 허가 없이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결과마저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은 법원조직법 제65조의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합의 결과인 판결문을 공개할 수 없다’는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

 

6. 판사회의의 대법원장 건의 결의를 법원장이 재판단할 수 있는지
법원조직법 제9조의2 제1항은 '① 고등법원ㆍ특허법원ㆍ지방법원ㆍ가정법원ㆍ행정법원 및 회생법원과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지원에 사법행정에 관한 자문기관으로 판사회의를 둔다'고 규정한다. 앞부분은 설치하는 법원 규모와 단위를 정한다. 뒷부분은 그 자문기관성을 규정한다. 그런데 자문대상을 법원장의 사법행정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그냥 ‘사법행정에 관한’ 자문기관이라고 정하고 있다. 사법행정의 주체는 법원장 외에, 대법원장도 있다. 앞서 본 것처럼 실제 판사회의 규칙은 대법원장에 대한 자문기관으로서의 판사회의의 권능도 규정한다. 이렇게 보지 않는 경우, ‘사법부 운영에 관하여 대법원에 건의할 사항’을 정한 판사회의 규칙 제5조 제1항 제2호는 위법한 내용이 된다. 

 

1994년 판사회의를 법원조직법에 도입한 법안에 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 과정이 이에 영향을 미쳤다. 조순형 위원은 판사회의의 할일에 사법권의 독립 등 모든 관련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최종영 당시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 규칙 제정 시 이를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답변하였다(대한민국 국회 사무처, 제169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제4호 제66, 67면). 

 

또 이인제 위원은 판사회의를 일단 자문기관으로 시작하되, 나중에 의결기관으로 발전시키면 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법원행정처도 1992년에 이미 장기적으로 판사회의를 의결권을 갖는 의결기구로 격상시키기로 논의하였다(중앙일보, “법원에 ‘판사회의’ 만든다/행정처 추진/인사·규칙개정 등 참여토록”, 입력일 1992. 5. 13.) 

 

최근 독일의 개별 법원 단위의 사무분담위원회(법원 운영위원회로 번역되기도 함)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있다. 4~10명의 위원을 판사들 선거로 뽑아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사무분담을 법원장이 아닌 위 운영위원회에서 정하자는 것이다. 미국 연방법관대표회의(하부 상임위 20~30개 포함)처럼 전국법관대표회의를 구성해 인사권과 사법정책 최고의사결정권을 행사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들은 앞서 본 과거 논의의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다.


IV. 결론
지금까지의 견해는 물론 판사 1명에 불과한 나의 견해일 뿐이다. 앞으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릴 때까지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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