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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기

[나의 여행기] 말레이시아 - 조대환 변호사

한밤 번쩍이는 조명 받은 트윈타워의 웅장한 모습 '황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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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환(51·사법연수원 26기) 법무법인 공유 변호사가 쿠알라룸프르 이슬람사원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가족들이 있어 늘 친근하게 느껴지는 싱가폴의 지척에 있어 그냥 대중교통수단으로도 가볍게 오갈 수 있는 말레이시아를 올해 설연휴에서야 다녀올 수 있었다. 한국의 글로벌방송 아리랑에서 가끔씩 낯설지 않게 듣던 말레이시아 광고카피, “Malaysia, Truly Asia”라는 말이 입가를 맴돌아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졌다. 우리에겐 왜 이런 자연스런 국가홍보카피가 떠오르질 않을까 아쉬운 마음을 가지며, 쿠알라룸푸르로 향했다.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다종교의 국가로,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고, 종교도 이슬람, 불교, 힌두교 등 여러 종교가 함께 어우러져, 가히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 불려지고 있다. 19세기 백년넘게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자유롭게 쓰고, 서양의 건축물과 문화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도심을 다니다 보니, 말레이어로 된 도시나 거리의 지명, 인종, 말씨 등이 싱가폴의 것들과 상당히 닮아, 역시 싱가폴이 한 때 말레이시아의 일부였음을 실감나게 했다.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는 말레이어로 강이 만난다는 뜻으로, 켈랑강과 곰박강이 합류하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데, 19세기전까지만 해도 거친 정글이었으나, 주석광맥이 발견된 이후 거대 도시로 바뀌어, 말레이시아의 수도이자 경제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쿠알라룸푸르 시내엔 지하철 대신 모노레일이 있어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 했는데, 바쁜 시간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기에는 그 속도나 규모 면에서 지하철에 비해 역부족인 점도 있었다. 


먼저, 쿠알라룸푸르 이슬람 사원을 들렀다. 수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로, 하얀 외벽에 여러 겹의 독특한 지붕과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첨탑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원을 들어가려면, 남자는 반바지만 아니면 되지만, 여자는 몸 전체를 감싸는 망또와 히잡을 입어야 했다. 비가 추적추적 오던 낮엔, 쿠알라룸푸르 외곽 힌두인들의 성지 바투동굴(Batu Caves)로 향했다. 이 동굴은 수많은 힌두교 신자들과 관광객들이 찾는 인도 이외에서 가장 큰 힌두 성지로 커다란 종유동굴안에는 힌두의 신인 무르간신이 있다. 동굴로 오르는 길엔 거대한 무르간 동상 뒤로, 인간이 지울 수 있는 원죄의 숫자인 272개의 계단이 있는데, 힌두교도들은 이 계단을 올라 동굴에 다다라야 그 원죄를 용서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가족과 사회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한다.

쿠알라룸푸르 중심엔, 원래 경마장부지였던 곳을 개발해 건설한 KLCC(Kuala Lumpur City Center)와 페트로나스 트윈타워(Petronas Twin Tower)가 있다. 이 쌍둥이빌딩은 452m, 80층이 넘는 초고층건물로 꼭대기 전망대에서 시내를 다 내려다 볼 수 있다. 한쪽 타워를 일본회사가 먼저 시공했으나, 나중에야 다른 한쪽을 시공한 한국의 건설사가 일본회사보다 먼저 타워를 완공했다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밤에 다시 찾은 쌍둥이빌딩은 구름 사이 번쩍이는 하얀 조명 속에 섬세하면서도 하늘을 찌를 듯 웅장한 모습으로 주위를 밝혔다. 그 광경이 어찌나 멋지던지 사람들은 사진이 잘나오는 곳을 찾아 다니며 연신 휴대폰이나 카메라를 눌러댔다. 시내 최대번화가인 언덕(Bukit) 별(Bintang)이란 뜻의 부킷빈탕(Bukit Bintang)은 파빌리온(Pavilion) 등 대형 쇼핑몰과 야시장 등 볼거리로 늘 사람이 분비는 곳인데, 음력새해를 맞아 중국풍의 다양한 새해맞이 행사와 볼거리를 전시해 놓고 있었다. 알파벳으로 표기한 그들의 언어가 신기하기도 하고, 사실 싱가폴의 거처인 부킷티마(Bukit Timah)의 의미도 궁금했는데, 말레이어로 주석(Timah) 언덕(Bukit)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메르데타 광장(Merdeka Square)은 말레이시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될 때 그 국기를 게양한 곳으로 빨간색 ‘I LOVE KL’ 조형물과 독립식 행사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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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중심지에 건설 된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의 야경(사진 위). 트윈타워는 높이 452미터, 8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로 밤이면 번쩍이는 하얀 조명을 받아 장관을 연출한다. 사진 아래는 쿠알라룸푸르 외곽에 위치한 흰두인들의 성지 바투동굴. 무르간신의 뒤쪽에 위치한 272개의 계단을 올라야 원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귀여운 원숭이들을 볼 수 있는 몽키힐을 지나, 반딧불공원의 추억, 어두운 밤 나룻배를 타고 강가 우거진 수풀 사이로 청정지역에서만 산다는 반딧불이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전구처럼, 수 없이 반짝이고 있어, 여행객들을 몽환적인 세계로 인도했다. 늦은 밤 들른 말레이시아 왕궁은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인지, 황금색 지붕과 하얀 외벽에 화려한 LED조명을 밝혀 낮보다 더 화려한 밤의 왕궁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연방제 국가인데, 선거군주제를 기반으로 하여, 9개주의 군주 술탄(Sultan)이 세습되고, 그 술탄이 교대로 순서에 따라 임기 5년의 국가 국왕이 된다니, 참으로 신기했다. 현재의 왕은 2016년에 선출된 클란탄 주의 암둘할림으로, 순서가 돌아와 최고령으로 다시 왕이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날, 도심을 돌며, 카야잼으로 유명한 ‘카야토스트’, 팥빙수 맛의 ‘첸돌’, ‘칠리크랩’ 등을 싱가폴 보다 훨씬 싼 값에 맛나게 먹고, 담백하면서 쌉쌀한 맛의 올드 타운 화이트 커피(Old Town White Coffee)의 색다른 맛도 즐기며, 다채로운 문화와 삶이 한데 어우러져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나라, 말레이시아의 잊지 못할 여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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