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월요법창

피스메이커

배용준 부장판사(울산지방법원)

38.jpg

몇 해 전 아내가 교회에서 '피스메이커(peace maker, 화평하게 하는 자)' 과정을 수강하였다. 필자도 함께 수강하고 싶었으나 사정상 그러지는 못하고 아내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당시 ‘기독교인으로서 세상을 화평하게 하는 자가 되라’는 명제를 접하고, 직업상 각종 분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필자가 어떻게 이를 실천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조정제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솔로몬의 지혜를 빌려 와 분에 넘치는 명판결을 한다고 하더라도, 승패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소송에서는 패소 당사자의 진정한 승복을 통한 화평의 실현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싸움은 이겼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멈췄을 때 끝나는 것이니.

조정은 당사자 사이의 관계를 회복시켜 줄 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스스로 분쟁해결방안을 결정하는 것으로 결론에 대한 불확실성, 상대방의 불복가능성을 제거하고 종국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 또한 엄격한 법적용과 일도양단적 판단이 아니라 당사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탄력적·대안적 분쟁해결을 가능하게 하고, 분쟁해결에 드는 비용을 절감해준다. 조정은 관계회복이라는 가치적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종국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분배될) 이익의 극대화 및 손해의 최소화라는 경제적 관점에서도 소송에 비하여 우월한 분쟁해결방법이다. 쌍방 당사자가 각자의 승소가능성을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불확실성 및 분쟁 계속에 따른 비용증가 부분만큼을 서로 양보한다면,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영역은 생각보다 넓어진다.

조정제도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된 지 오래되었고, 이를 위한 다양한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체적 분쟁해결수단을 통한 분쟁해결 비율은 여전히 외국에 비하여 낮은 편이다. 때때로 성과 위주의 무리한 조정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피스메이커’로서 당사자의 가치적·경제적 이익을 위하는 마음으로 조정절차를 이끈다면, 그러한 진심은 조정의 성공 여부를 떠나 반드시 전달될 것이라고 믿는다. 민사재판이 끝난 후 사건 당사자로부터 받은 몇 안 되는 감사편지는 모두 조정절차에서 만난 당사자들이 보내준 것이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