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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우울한 법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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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회 법의 날인 25일, 법조계는 조용하다 못해 적막했다. 매년 법조계는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법무부장관,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법조기관 수장들이 참석해 법치주의의 의미를 되새기는 대규모 기념식을 갖고 국민 준법의식을 제고하는 다채로운 소통 행사를 열어왔지만, 올해는 이 같은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유공자에 대한 정부포상 전수식만 가졌다. 대한변협 역시 법의 날과 관련해 아무른 성명도 내지 않았다.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장관님은 물론 헌법재판소장님도 안 계시고. 이런 상황에서 잔치를 벌이는 것은 좀 그래서요." 기념식을 열지 않는 이유를 묻자 돌아온 법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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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게이트 등을 통해 터진 잇따른 전·현직 판·검사 비리와 비선실세 국정농단 등 지난해부터 이어진 일련의 사태로 법조인과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눈총이 따가운 상황에서 대대적인 법의 날 행사를 기획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법의 날은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국민 모두가 원하는 공평한 사회,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제정한 국가기념일이다. 1964년 제1회 법의 날 대회에서 정부는 권력의 횡포와 폭력의 지배를 배제하고 기본인권을 옹호하며 공공복지를 증진시키는, '법의 지배'가 확립된 사회의 건설을 위해 법의 날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법의 날' 정신은 정치 지형이 어떻든, 법조계 상황이 어떻든 지켜져야 한다. 오히려 헌정질서 회복과 법치주의 확립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욱 강조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법의 날 행사 축소는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에 대한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53년전 첫 법의 날 대회에서 배정현 당시 대한변협회장은 "민주국가의 건전한 발전은 위정자와 국민이 법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데서만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변혁과 혼돈의 시대를 돌파할 수 있는 길은 '법치' 뿐이다. 법조계와 국민 모두 법의 날 제정 취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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