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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독립에 걸맞는 책임

최기상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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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달달 25일 국제인권법연구회가 공동개최한 학술대회(국제적 비교를 통한 법관인사제도의 모색-법관독립 강화의 관점에서)에서 참석자들은 독립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하여 우리 법관인사제도의 문제를 검토하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였다. 그 자리에서는 “법관의 독립성과 책임성은 판결의 정당성을 이끌어내고 확보하기 위하여 상호 작용한다”, “책임을 지지 않는 사법부 독립은 맹목의 것”이라며 독립에 걸맞는 법관의 책임도 누차 강조되었다.

사법부의 독립은 국민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인권 보호를 위해 보장되는 것이다. 국민은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법에 의해 재판을 받기도 하는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였다면(헌법 제103조) 오판을 하더라도 개인적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국민들이 재판의 독립을 지키기 위한 대가로서 일정한 불이익을 감수해준 것이다. 그럼에도 “사법부가 주권자인 시민들과 민주주의로부터 독립하려 하고, 법관들은 재판에서 당사자가 납득하도록 정성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어떻게 해야 법관이 책임을 다할 수 있을까. 제도적인 방법은, 사실상 법률 전문가들만의 모임인 현재의 법관인사위원회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양형위원회에 추첨으로 선정된 시민들이 과반수 참여하여 법관들의 사법행위를 보완하고 감시·평가하는 것이다. 시민의 자격과 선정방법은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의 배심원 선정절차를 참조한다.

법관 개개인은 지금 하는 재판이 헌법에 맞는지 따져볼 일이다. 당사자들이 재판에서 충분히 말하고 그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절차에 따라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지, 특히 평범한 시민들이 경험하는 재판의 대부분인 민사소액사건과 형사정식재판청구사건의 재판에서 헌법 제27조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지 엄격히 살펴야 한다.

헌법은 법관의 책임을 양심으로 열어 놓았다. 양심은 ‘사람이 이래도 되나’에 관한 모호하고 묘한 깨달음의 감각이다. 마음먹기 전에 맺고 있는 관계와 다가온 조건에 먼저 영향받는다. ‘정의의 화신’인 법관의 양심은 더 먼 이웃의 고통에 주의를 기울일수록 깊어지고, 양 당사자의 중간이 아닌 ‘사건의 한가운데’로 들어갈 때 정직하다. 그러나 법관이 오직 법률과 양심에 의하여 재판을 해도 억울한 사람이 나온다. 법관의 책임은 그 불완전함을 감수하고 부끄러움을 견디며 이 감각을 한번 더 벼리는 데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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