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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정의(正義)에 관한 단상

김홍엽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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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사법(司法)이 우리의 삶의 전면(前面)에서 삶을 주도하는 시대는 드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법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도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사법의 작용은 속도감 있게 우리의 사법사(司法史)의 큰 획들을 그어가고 있다. 정의의 관념을 붙잡고 세태를 바라보지 않고서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 가기도 어렵게 되었다.

법의 목표이자 기준인 정의(正義)가 무엇인지 궁리하는 것은 정도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법실천의 현장에 있는 모든 법조인의 운명적 화두(話頭)이다. 법조인의 사명은 궁극적으로는 정의에 의해서만 정당화된다. 정의에 관한 수많은 철학적 논쟁은 학문을 하는 사람에겐 매혹적인 주제이다. 그러나 사법작용의 기준이 되는 정의는 건전한 상식에 기초하여 소박하게 이해될 수 있는 것으로서, 최소한 실천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 일반이 시인하고 수긍할 수 있는, 국민 일반의 삶을 규율하는 정의는 어떻게 정의(定義)될 수 있는가? 정의(justice)란 말 그대로 치우치지 않고 바른 것(fair)이며, 잘못되지 않고 옳은 것(just)이다. 이러한 정의는 우리의 삶이 선(善)한 삶으로 추구되고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사회가 다양해질수록 선택가능한 가치는 복잡해진다. 이러한 가치들은 상호 대립하고, 갈등한다. 가치가 혼재하고 충돌하는 상황에선 자신이 동조하고 선택한 가치가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법작용에 있어서 정의에 기초한 임무는 갈등하는 가치들을 지양(止揚)하여, 보다 궁극적 가치를 발견하고 선언하는 일이다.

오늘날 우리의 상황으로 되돌아와서 우리의 현실에 비춰진 정의의 모습을 바라본다. 사회에 만연한 이분법적 사고는 대립과 갈등만 심화시킬 따름이며, 이로써는 법적 정의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분법적 사고는 각자가 지향하는 가치를 극명하게 대조하여 보여주는 긍정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으나, 법조인으로서는 지극히 경계하여야 할 비전문가적 사고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가 처한 위기상황의 근본은 공인(公人)이든 사인(私人)이든 자신의 직분을 정의롭게 수행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도덕적으로 비난받거나, 정치적으로 비판을 받을 정도를 넘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 이에 상응하는 법적 제재를 받는 것은 사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한 어떠한 예외나 편법(便法)이 있을 수 없다. 정치인이라고 해서 정치적 논리가, 기업인이라고 해서 경제적 논리가 법적 정의보다 앞서는 사회는 결코 법치국가라고 할 수 없다.

오늘날 횡행(橫行)하는 언변과 논리들이 법적 정의에 얼마나 부합하는 것인지 차분하게 검증할 수 없을 정도로 격변하는 세태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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