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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소문난 맛집

서울 서초동 '우리주막 그루터기'

메뉴엔 늘 신선한 제철 해산물… 간재미·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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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출발이다. 올해는 어쩐지 묵었던 일들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다. ‘봄날은 온다’고들 하지만 어쩌면 우리 현실은 오고가는 계절과 별개로 흘러가는 게 아닌지. 이처럼 뒤숭숭한 기분을 전환하고 싶을 때는 오랜 친구와 맛 좋은 한 상을 같이 하며 옛 이야기를 나눔이 제격이다. 다가온 봄. 책상에 한 가득 쌓여있는 서류뭉치를 뒤로한 채 교대역에 위치한 ‘우리주막 그루터기’를 찾았다.

서초동 골목을 휘젓고 다니다 보면 수많은 요릿집들이 어서 문을 열고 들어오라며 손짓한다. 그런데 친한 사람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곳은 어쩐지 항상 여기다. 익숙함과 정겨움이 겹쳐서일까. 반갑게 맞아주는 주인장이 달갑다. 가게에 들어서면 널찍한 공간이 먼저 눈에 띈다. 거창한 메뉴는 없지만 매일같이 바뀌는 식단도 인상적이다. 이곳에서는 그날의 가장 좋은 재료로 만든 요리를 추천 받을 수 있다. 주인장이 직접 새벽 수산시장에서 골라온 생물들이라고 한다. 좋은 식감에서 좋은 요리가 나온다고 했던가? 추천 받은 요리 중 아직까지 실망한 적은 없다.

‘그루터기’의 주 메뉴는 신선한 제철 해산물이다. 명불허전 호남식당답게 여기는 간재미와 홍어가 일품이다. 한번은 아직 익숙치 않은 상태에서 홍어 삼합을 호기롭게(?) 덥석 물었다가 다음날까지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향토 음식에 과문한, 서울촌놈인 필자 탓이 크지만 그만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옆에 앉은 사람의 접시도 탐낼 만큼 홍어를 잘 먹는다.

이날 먹은 요리는 ‘벌교 꼬막’과 ‘간재미 무침’이다. 정갈한 반찬에 막걸리를 한잔 곁들여 그날 올라온 신선한 요리들을 맛보았다. 갯벌에서 나는 돌조개인 꼬막은 특별한 간 없이 그냥 삶아도 짭짤한 바다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통통하니 살이 오른 쫄깃한 조갯살을 음미하고 싶다면 여기서 꼬막 한 접시를 맛보기 추천한다. 양념으로 범벅돼 이미 순수한 꼬막의 맛을 잃은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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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재미는 홍어와 달리 삭히지 않고 회를 떠서 먹거나 무쳐 먹는다. 간재미는 보통 홍어 새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가오리의 또 다른 종류다. 간재미를 미나리와 함께 버무려 무침으로 먹으면 새콤달콤한 독특한 맛이 느껴진다. 매운맛이 부담스러우면 김에 싸서 먹어도 좋다. 김과 함께 씹히는 맛 또한 일품이다. 무엇보다 삭히지 않았기 때문에 홍어를 전혀 못먹는 사람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매콤한 간재미 무침의 향이 코에 퍼질 무렵, 담백한 바지락 탕을 추가해 한 그릇 먹으면 더욱 좋다.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을 한 입 떠먹고 막걸리 한 사발을 쭈욱 들이키면 골치 아픈 세상사가 다 해결되는 느낌이다.

하루쯤은 시간을 내어 감칠맛 나는 음식과 함께 봄의 향취에 취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권오훈(변호사시험 1회· 바슈롬코리아) 사내변호사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