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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재판

오용규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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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보호'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판사가 된 한참 후의 일이다. 소수자 보호라는 말은 수없이 들었으나 그 의미를 설명해준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나중에 어느 대법관님의 글을 통해서야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행정부)과 입법부는 다수결에 의하여 선출되도록 하고 있으나 유독 사법기관(법원 및 헌법재판소)은 선출이 아닌 권력분립의 원리에 의하여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헌법이 사법기관을 그렇게 구성하도록 한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과 입법부가 다수결로 정해지므로 그 과정에서 소외된 소수자(그 소수자가 49%일 수도 있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국가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법원은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곳이라는 비판을 종종 받는다. 민주적 정당성은 다수결이 지배하는 선거에 의하여만 부여된다는 전제하의 비판인 것 같다. 민주적 정당성의 어원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와 같이 보기보다는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민주주의 원리에 의한 정당성이라는 의미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헌법에 의하여 민주주의의 안정적 운영을 위하여 소수자보호의 임무를 부여받은 법원이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수자 보호가 약자 보호와 그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부르키니 착용 금지 조치를 중단시킨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의 판단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중지시킨 미국 법원의 판단 근거를 약자보호에서 찾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나 그것보다는 헌법의 기본적 인권 불가침의 원리에서 찾는 것이 맞을 것이다.

헌법은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하도록 명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 이외의 요소가 들어간다면 그러한 판단은 헌법에 어긋난 판단이 될 수 있다. 그 때문에 오히려 외부의 시각에서 보면 법원의 판단이 보수적으로 보일 수도, 진보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법원의 판단은 그냥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한 것일 뿐이다.

법원은 선거가 아닌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리에 의하여 구성되기 때문에 국민의 신뢰가 없다면 그 존립근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여론에 배치되는 판단을 할 때 큰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법원이 어떠한 압력에도 흔들림 없이 판사 개인의 정치적, 종교적 신념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단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한다면 단기적으로는 비난을 받을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