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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말

김대현 부장판사의 ‘슈퍼맨이 돌아왔다’

이유식 직접 만들어주고… 아이 웃음에 덩달아 "꺄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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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47·사법연수원 31기) 대전지법 홍성지원 부장판사가 정성스레 직접만든 '소고기 양배추 볶음'이유식을 딸 하영이에게 떠먹여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요즘 아빠 육아 예능이 대세고 인기다. 필자 역시 주말이면 어김없이 ‘하영이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자체 제작한다. 


하영이네 슈퍼맨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기저귀 갈기이다. 오늘은 아가가 신통방통하게도 잠에서 깨어 울지 않고 뒤척임만 세게 한다. 밤사이 곁에서 자신을 지켜 준 아빠라는 존재가 주는 안도감이 큰가 보다.

오늘은 특별히 하영이에게 아삭한 식감을 살린 ‘소고기 양배추 볶음’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소고기에 양배추나 오이가 어울린다는 건 이유식을 만들어 주면서 처음 접하게 된 정보다. 


냉장고를 뒤져 소고기 두 조각을 꺼내 잘게 다지고, 양배추를 한 줌 잘라 칼로 채썰기 손질을 한다. 소고기는 누린내가 덜나도록 핏물을 빼기 위해 잠시 물에 담가두어야 한다. 가급적 간을 하지 않으려 아이용 간장 1작은술을 조심스레 소고기에 흩뿌렸다. 뭐 이리 신경 쓸 일이 많은지. 마지막으로 팬에 기름 없이 소고기와 양배추만 넣고 볶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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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하영이.

 

 

이제부터가 정말 긴장이 되는 순간이다. 내가 쏟은 사랑과 노력이 담긴 이유식 첫 숟갈을 조그만 하영이 입으로 가져가는 그 순간, 하영이네 슈퍼맨은 간절하게 속으로 외친다. “제발 뱉지 말고 삼켜, 삼켜!!” 

 

우와, 오늘은 성공이다. 첫 숟갈만 통과되면 그 이후는 만사형통이다. 아내가 사 둔 소고기 재료가 좋았던 덕분이다. 맛난 이유식에 아이도 환하게 웃고, 그 웃는 아이에 아빠도 절로 웃는다. 한 숟갈 한 숟갈 그릇이 비워지지만 오히려 나의 행복은 가득차 가는 느낌이다.

마흔 넘어 뒤늦게 가정을 꾸린 내가 새삼스레 육아 관련 얘기를 늘어놓는 게 다른 분들에게 혹시 실례가 아닐지 모르겠다. 늦둥이를 볼 나이에 첫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깨달은 건 인간은 정성으로 키워졌다는 것이다. 내가 대하는 모든 사람들을 더욱 섬기고 존중하여 재판해야 하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오후 내내 코끼리 미끄럼틀에서 하영이가 도통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무한반복해서 미끄럼틀을 탄다. 그러다 지쳤는지 하영이가 책을 골라 온다. 거만한 얼굴로 나더러 읽으라는 시늉을 하고 내 무릎에 떡하니 앉는다. 나는 반항하지 않고 하영이가 골라온 책을 큰 소리로 흥 넘치게 최대한 오버해서 읽어 준다.

아가를 위한 책을 읽다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다.
기승전 “잠”, 기승전 “잠자리에 들 시간이야”, 기승전 “하품하고 졸린다”.
잠을 자야 비로소 평안을 찾는 부모들을 위한 배려인지, 아이에게 잠이 보약이라는 옛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우리 하영이는 잘 생각이 없다. 또 다른 책을 들고 와 내게 읽어달라고 보챈다.

결혼을 언제 해야 할지 맘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내 경험에만 비추어 본다면 아이는 부모가 하루라도 젊을 때 빨리 낳아 키워야한다는 생각이다. 체력이 부쩍 달린다. 왜 육아 예능하는 아빠를 슈퍼맨이라고 한 건지 알 것도 같다.

오늘도 ‘아빠가 밤마다 들려주는 사랑이야기’ 책을 읽어주고 긴 하루를 마쳤다. 분명한 건 아이는 내게 축복이고 기쁨이란 사실이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