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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대법원장후보추천위원회

최기상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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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삼권분립의 국가틀에서 핵심적인 대통령과 헌법재판소장의 자리가 비어 있고, 현 대법원장의 임기도 9월 말 만료된다. 국민들은 5월 9일까지 후보들을 면밀히 따져 새 대통령을 결정할 것이다. 그런데 새 헌법재판소장과 후임 대법원장의 선정에 국민들은 물론 헌법재판소나 사법부 구성원들이 참여하지 못한다. 헌법상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만으로 임명하기 때문이다.

5월 선출되는 대통령이 새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의 후임을 정하는 데 사전에 거쳐야 하는 공식 절차가 없다. 오직 ‘제왕적 대통령’ 1인의 의중에 달려 있어, 특정 정치세력이나 비선을 통해 내정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후 거치는 국회의 동의도, 국민의 투표 지지와 의석 수의 비례성에 문제가 있는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검증에 미흡한 인사청문제도, 정당과 의회가 본연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대의정치의 현실에서는 국민들의 실질적 의사와 어긋나게 진행되어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형식적 정당성만 부여해준다.

1972년 유신헌법 이래 수차례 겪은 이런 상황은 헌법의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원리에 위배된다.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이 제헌헌법에 의해 임명된 후, 1949년 8월 법원조직법이 시행된 때부터 유신헌법 전까지는 대법원장의 선정에 법관회의(혹은 법관추천회의)의 제청이나 법관의 자격 있는 자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선거를 거쳤다. 그 시기의 사법부는 권력을 불편하게 하였다고 평가받는다.

사법부는 어떤 정치권력과도 독립적이되, 사법부 구성과 사법작용은 국민의 참여와 감시 아래 있어야 한다. 보통의 시민들이 10년째 중요한 형사재판에 참여하고 있는데, 대법원장의 선정에 함께 하여 대통령의 임명권을 보완·견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는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즉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하면서도, 법원조직법에 추천위원의 과반수를 시민들로 구성하는 ‘대법원장후보추천위원회’를 두면 가능하다. 헌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2012년 1월 법원조직법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하여 추천된 복수 후보 중에서 대법관을 임용하고 있다.

누가 새 대통령으로 선출되든,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을 또다시 그의 낙점으로 받아들이기엔 부끄러운 요즘이다. 변해야 마땅하다면, 지금이 좋은 때다. 우선, 시급한 ‘헌법재판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헌법재판소법에 규정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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