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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말

'박노수 미술관' 찾은 고은솔 변호사

화가의 향취 고스란히 밴 고택… 과거로 시간여행 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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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옥인동 박노수 화백의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

 

종로구 서촌은 이제는 워낙 유명한 서울의 명소가 되었다. 예쁘고 유명한 까페나 식당, 가게 등이 골목마다 이어진다. 특히나 통인시장이 유명세를 타면서 각종 먹을거리, 볼거리로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로, 또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나 역시 이런 서촌을 정말 좋아한다. 특히 서촌의 진짜 매력은 유명한 효자동 빵집, 한옥골목도 아닌 구석구석에 있는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풍경 그 자체랄까?

나는 지난여름 서촌의 구석에 꼭꼭 숨어있는 종로구 옥인동에 위치한 박노수 화백 미술관을 다녀왔다. 종로구립 박노수 미술관은 특이하게도 박노수 화백이 실제 거주하던 주택을 미술관으로 개관한 것이다. 미술관에 처음 들어서면 넓게 펼쳐진 하늘과 호사스럽고 아름다운 주택, 그리고 아기자기한 일본식 정원이 마치 교토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알고 보니 이 미술관은 일제 강점기 때 친일파 윤덕영이 지은 집을 2011년 박노수 화백이 인수한 것이라고 한다. 미술관은 주택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어서 일반 미술관에 비하면 그 규모가 매우 아담한 편이지만, 한옥과 양옥 · 중국식 건축기법까지 가미되어 마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어느 여름날(作히사이시 조)’이라는 OST가 흘러나올 것 만 같은 신비함마저 들게 하는 그림 같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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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화백이 거주하던 집이었던 이 미술관에는 그의 작품 1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박 화백의 전시회를 알리는 깃발(사진 왼쪽)과 미술관 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필자인 고은솔(변시 5회· 법무부 인권구조과) 변호사.

 

박노수 미술관에는 그의 작품 1000여점이 그의 방안 곳곳 전시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고 안락한 느낌을 들게 한다. 또한 자택의 내부도 대부분이 잘 보존되어 있어 박노수 화백의 일상과 미술 세계, 그리고 그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지난여름 한창 더웠던 날에 우연히 들어간 박노수 미술관에서는 ‘청년 박노수를 말하다 展’이 한창이었다. 유려하고 청아한 선, 여백과 추상적인 표현, 그리고 청년 박노수의 아직은 미숙한 듯한 덜 익은 화풍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관람을 위해서는 신발을 벗고 조용히 들어서서 차분히 방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삐걱 삐걱 소리나는 오래된 나무 계단, 니스를 칠한 갈색 나무 바닥과 때 묻은 부엌 타일 하나까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박노수의 향취가 짙게 배인 그의 고택에 머물렀던 시간은 마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한 듯, 해가 지나도록 그 여운은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다.

히포크라테스는 말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Ars longa Vita brevis)”고. 예술가가 살았던 집이 미술관이 된다는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특별하고 감사한 일이리라. 햇볕 따뜻한 봄날, 나는 서촌 골목길에 있는 시인 “이상의 집”에도 가볼 생각이다.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