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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법정예의

김홍엽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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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판정에서 법정예의를 벗어난 변론활동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국가적 내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여론의 향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써 재판부에 대한 공세적 언사를 서슴지 않기도 한다. 법정예의는 단순히 법정질서유지의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만은 아니다. 법정예의는 사건의 승패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 문제이다. 법정에서 예의를 갖추어 품위 있게 변론하는 것은 소송대리인의 기본적 덕목이자 의무(professional responsibility)이다. 법정예의는 재판을 하는 법원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데서 비롯된다. 선진 국가는 법령이나 규칙·예규 등에서 법정에서의 에티켓(court etiquette)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정질서의 유지 및 그 제재에 관한 일반적 규정을 두는 외에 법정예의에 관한 행동지침(ethics code)이 될 만한 구체적 규정은 두고 있지 아니하다. 한때 ‘바람직한 재판운영에 관한 방안’이라는 재판예규를 두어 법정에서의 자세, 언어, 복장 등에 관하여 상세한 규정을 두었다가 2008년 8월 이 예규를 폐지하였다. 변호사윤리장전의 윤리규약에서도 '변호사는 사법권을 존중하며, 공정한 재판과 적법절차의 실현을 위하여 노력한다'는 포괄적 규정을 두고 있을 따름이다.

법정의 존엄과 재판 권위의 확립은 법치국가의 기본이다. 법원의 위신과 재판의 신뢰성을 손상시키더라도 변론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변론의 방식에 어긋나는 변론에 대해서는 법원이 단호하게 대처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법정의 존엄과 질서가 확보되지 않으면 재판의 권위와 사법부의 신뢰 또한 확립될 수 없다”는 말로써 시작되는 '법정질서유지를 위한 재판장의 조치 등에 관한 예규'에서 이를 명확히 하고 있다. 법원은 법정예의를 지키지 아니하고 법정질서를 흐트러뜨리는 행위에 대하여 단순히 묵인하여 방임하거나 가볍게 지적하는 선에서 끝내는 등 피동적으로 임해서는 아니 된다. 특히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에 의한 고의적 법정질서 위반행위를 용납하는 것은 사법의 권위와 사법부의 존립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법치(rule of law)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법치를 떠나 혼란을 수습할 다른 방도는 없다. 법치의 최종적 귀착은 사법이다. 사법부에 의한 재판이 법치의 백미(白眉)로 자리잡아야 진정한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다. 법정은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정의가 실현되는 공간(forum)이다. 치열한 법리공방도 상대방의 논리를 경청하고 자신의 논리를 보다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방법으로 행해져야 한다.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사건일수록 금도(襟度)를 잃지 않고 세련되고 성숙하게 변론하는 모습이 그리워지는 세태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