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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옥상가옥(屋上架屋)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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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것을 흉내 냈을 뿐 새로운 내용이 없는 책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면 낙양의 종이 값만 오르게 된다(洛陽紙貴). 저서가 호평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되었음을 이르는 말이지만 그 유래는 옥상가옥(屋上架屋)과 맥이 닿아 있다. 시의 표현이 아름답고 뛰어나다고 다소 과장된 평을 해주었더니 너도 나도 그 시를 베껴 종이 값만 오르게 되는 상황을 보고, 지붕 밑에 지붕을 만들고 평상 위에 평상을 만드는 것과 같다(屋上架屋)고 비웃었다는 얘기다. 지붕 밑에 지붕을 거듭 얹는 것은 헛된 일일 뿐 아무런 가치도 없고 볼품만 없게 된다. 이를 일컫는 말이 옥상옥(屋上屋)이다. 쓸데없이 덧붙인다는 사족(蛇足)도 비슷한 뜻이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이 하나씩 벗겨지면서 청와대 비서실이 그야말로 옥상옥 구조임이 증명되었다. 대통령 비서실이 정부 위의 정부, 또 다른 정부였던 것이다. 소위 ‘왕실장’, ‘왕수석’의 위세가 대단하여 정부 부처 장관 위에 있었음이 드러났다. 대통령의 직무 전반을 보좌하기 위한 비서실이 장관급 비서실장과 차관급 10명의 수석비서관으로 채워져 국무총리와 행정부에 대응하는 규모와 조직이었다. 대통령과 부처 간 소통과 정책조율을 해야 할 비서실이 정부 부처 위에 군림하면서 대통령의 관심사항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정책추진을 압박했던 것이다. 이게 바로 제왕적 대통령의 실상이자 옥상옥의 전형이다. 국무총리가 통할(統轄)해야 할 행정부처 위에 청와대 비서실이라는 행정부처가 지붕 위의 지붕처럼 버티고 있었다. 그러니 행정각부를 통할해야 할 국무총리는 ‘대독 총리’, ‘식물 총리’로 불릴 수밖에 없었다. 

 

요즈음 옥상옥이라는 비유가 자주 등장한다. 다시 화두로 떠오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도입에 대해 대한변협이 반대하면서 제2의 검찰로 검찰권을 분리하는 옥상옥에 불과하다고 했다. 검찰과 법무부도 공수처를 권력기관 총량만 증가시키는 옥상옥 기구라고 반대하고 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옥상옥이라는 논거를 들고 있다.


지금 야권에서 발의한 공수처법률안의 내용은 수사대상자와 적용범죄의 범위를 특정하여 검찰권을 떼어내는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부패와 비리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기존 검찰의 권한에서 분리시켜 공수처에 주자는 것이다. 그 이외의 범죄는 지금처럼 기존의 검찰이 맡아서 하면 된다. 특별법과 일반법 관계처럼 특별법이 적용되면 일반법의 적용은 배척되는 구조다. 특별법은 일반법에 우선하는 것이어서 적용대상인 고위공직자의 수뢰행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와 기소권한을 행사하는 것이고 검찰은 여기서 물러나 있으라는 것이다. 공수처와 검찰 관계는 수직적이 아니라 병렬적이다. 옥상옥이 아니라 '옥외옥(屋外屋)'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검찰이 잘 쓰지 않았던 권한을 떼어 내는 것이므로 큰 불만은 없을 것이다. 국가 검찰권의 총량은 그대로인데 공수처와 검찰이 나누어 행사하는 것이므로 지붕위에 지붕을 거듭 얹는 것처럼 헛된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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