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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로부터 배우는 행복론

안식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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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온다. 발신자 표시와 함께 '행복하세요' 라는 문구가 뜬다. 상투적 문구이지만 고맙다. 설날 지인들로부터 받은 문자 중 가장 흔한 덕담은 '건강하고 행복하세요'이다. 주위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는 어떻게 해야 행복할지는 잘 모른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생물학과 역사학을 결합한 거시적 관점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를 개관한 빅 히스토리(Big History)의 명저이다. 그런데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 의 뒷 부분에서 "인류가 지난 5백년 간의 과학혁명을 통해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냈지만 과연 우리는 더 행복해졌는가?"라며 행복의 문제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행복은 부나 건강, 가족과 공동체같은 객관적 조건에 영향을 받지만 이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조건과 주관적 기대 사이의 상관관계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한다. 행복의 중요한 요체인 주관적 기대, 행복한 느낌, 쾌감은 실은 수백만년의 진화에 의해 만들어진 생화학적 체제(신경, 뉴런,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지배를 받는다. 이러한 생물학적 접근방법에서는 높은 수준의 행복을 일정 기간 이상 느끼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의 생화학시스템을 개선, 조작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결론에 당황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다른 접근법은 의미를 중시하는 것이다. 눈 먼 진화과정의 산물인 인류에게 본래 무슨 목적이나 의미가 있진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주위 세계의 내러티브, 가치와 동조하는 의미를 느끼는 데에서 행복을 찾고자 한다(하지만 그는 이를 자기 기만이라고 평한다). 


주관적 느낌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적 철학과 달리 그는 주관적 느낌(쾌감이든 의미든)이란 그리 믿을 게 못된다고 본다. 진정한 행복은 주관적 느낌이나 감정과는 무관하다. 사실 우리가 스스로 주관적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면 여길수록 우리는 더 많이 순간적인 감정에 집착하게 되고 괴로움도 더욱 심해진다. 외적 성취의 추구뿐 아니라 내면의 특정한 느낌에 대한 추구 역시 중단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그런 덧없는 추구를 중단하면 마음은 느긋하고, 밝고, 만족스러워진다. 그리고 진정한 자기 모습을 찾게 된다. '사피엔스'의 행복론이 불교 철학의 가르침과 맞닿아 있는 것이 놀랍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