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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한고조(寒苦鳥)와 우리의 다짐

이천교 법무사 (경기북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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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할 겨를도 없이 또 해가 바뀌었고, 벌써 2월도 중순이다. 아직 겨울의 한기(寒氣)가 남아 있긴 하지만 점점 봄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새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소망하거나 다짐한 것들도, 매년 그러했듯이 하루 하루 여유 없고 버거운 생활 등에 치이고 묻혀 벌써 가물가물 해지고 있다. '사는 게 그런 것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히말라야 설산(雪山)에는 한고조(寒苦鳥)라는 상상의 새가 있다고 한다. 이름 그대로 추워서 괴로운 새인데, 그 이유는 둥지가 없기 때문이란다. 둥지가 없기 때문에 이 새에게 히말라야의 밤은 너무 춥고 고통스러워, 밤새도록 혹독한 추위와 매서운 바람을 견디며 "날이 새면 반드시 따뜻한 둥지를 짓겠다"고 수도 없이 다짐을 하지만, 날이 밝으면 지난밤 겪었던 고통은 잊어버리고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둥지를 짓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밤이 되면 또 다시 추위에 떨면서 "날이 새면 기필코 따뜻한 둥지를 짓겠다"고 다짐한다. 이렇게 한고조는 평생을 "날이 밝으면 따뜻한 둥지를 짓겟다"고 울부짓다가 어느 추운 밤, 얼어 죽고 말았다고 한다. 그 새의 울음소리가 ‘내일이면 집 지으리. 내일이면 집 지으리’였다고 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학창시절 시험을 벼락치기로 공부하면서 다음에는 평소에 잘 준비하자고 굳게 다짐 하고도 매번 벼락치기를 반복하며 시험을 치렀던 일들, 방학숙제 역시 제때 하지 않고 있다가 개학 임박해서 숙제를 하며 다음에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고서도 매번 같은 후회와 다짐을 반복했던 경험들, 그동안 살아오면서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많은 각오와 다짐들…. 어쩌면 지금도 이런 한고조(寒苦鳥)와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궁금해서 20여년 전부터 최근까지 법무사 협회지에 실린 신년사를 읽어 보았다. 

 

놀라울 만큼 그때나 지금이나 업계의 생존을 걱정하고 업계가 나가야 할 방향 등 내용들이 거의 비슷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협회나 지방회 회장 선거시 출마하시는 분들의 다짐과 제시하는 공약이나 목표 역시 유사하기만 한 것 같다. 이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그동안 반복되어온 그 다짐과 목표들이 사실상 이루어 진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한고조(寒苦鳥)가 다짐했던 것은 단순히 둥지만 만들면 되는 일이었고, 사실 게으르지 않고 조금만 하면 능히 할 수 있었던 일이므로 그저 다짐과 후회를 반복하는 행위에 대하여 경각심을 주기 위한 교훈의 성격이 강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다짐하는 삶의 마음가짐이나 소망, 그리고 법조단체에서 바라고 목표하는 내용들은 어쩌면 개인이나 단체나 모두 도달하기 어려운 북극성처럼 상징적으로 계속 존재하는 목표이고 방향점일 것이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살아있는 한 끊임없이 목표와 이상을 만들고 재수정하면서 그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 것이다. 오늘도 비록 도달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리고 매우 열악하고 힘든 상황이지만, 나의 바람과 소망을 위해 건강하고 힘있게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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