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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조종태 부장검사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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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 인근에 화장장이나 공동묘지, 교도소가 설치되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반대로 그런 시설이 모두 없어지면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올 1월 서울추모공원에서 지인을 하늘나라로 보내 드렸다. 대학생 시절 수시로 찾아가 허심탄회하게 술 한잔 나누던 분이라 씁쓸함이 더했다. 추모공원은 깔끔하고 현대적이었다. 

쇼팽과 로시니, 오스카와일드가 잠들어 있는 파리 페르라셰즈 묘지에는 사람들이 소풍을 간다. 묘지는 아름답고 녹음은 우거졌다. 

작년 12월 헌법재판소는 교정시설의 과밀수용에 대해 위헌결정을 했다. 시설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수용된 것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는 이유다. 그래도 큰 죄를 지은 사람을 무조건 방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2013년 가을 출장길에서 급한 전화를 받았다. 보호관찰소 이전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법무부로 몰려 들었다고 했다. 이전 계획은 철회되었지만 그들만 옳거나 그들만 할 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형용모순(oxymoron)’이 자주 거론된다.‘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라거나 ‘둥근 사각형’같은 걸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도시민들이 생활에 꼭 필요한 시설에 대해 ‘필요하지만 필요없어’라고 반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리라.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당연히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교정시설에 수용해야 하지만, 교정시설을 내가 사는 곳에 짓는 건 반대야. 범죄자가 다시 죄를 범하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가 노력해야 하지만, 그런 시설을 짓는 건 역시 반대야." 오늘날 우리 사회의‘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같은 자화상이다. 사회가 제대로 역할하기 위해서는 교도소도, 보호관찰소도, 화장장도, 공동묘지도 있어야 한다. 그것도 우리의 생활공간에 같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차가움이 본질이다. 그리고 그 본질에는 아무런 허물이 없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