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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우리들의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 (경기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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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참으로 넘치는 칭찬 속에 살았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열심히 살면 돕는 사람이 생긴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참으로 꼭 맞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재심 사건을 진행하다가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시민들이 십시일반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저한테 돈을 주시면서 오히려 고맙다고, 더 많이 돕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분들에게 저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선한 연대에 함께 나서는 일이 곧 자신을 돕는 일이라고 말해 주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방송 한번 나오는 게 소원이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방송 요청을 다 받아들일 수가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만나자는 모든 사람들을 다 만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변호사’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공익사건을 계속 해야 할 것 같은데, 경제적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 들어올 때 배 띄운다’는 말을 믿고 일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가 닿지 못하는 곳에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재심 변호사가 되었는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단정히 정리해 보고 싶었습니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법률서면을 쓰는 것과는 참으로 다른 성격의 일이었습니다. 고마웠던 사람들, 진행했던 사건들,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하는 동안 잠들지 못하는 밤은 또 그렇게 쌓여 갔습니다.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내 속에 남아 있을지 모를 교만, 경계해야 할 삿된 마음을 잊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초심을 남겨 두어야겠다 싶었습니다. 살아온 이야기를 쓰고, 가출을 일삼던 청소년 시절 이야기와 고시공부 시절 이야기도 담았습니다. 진행했던 재심 사건들과 사법 시스템에 대한 제언도 담았습니다. 


아이들이 정성껏 모은 저금통을 털어 제게 기부한다는 시골 학교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거기에 담겨 있습니다. 어깨가 무겁습니다. 지금껏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알려진 바도 없었기 때문에 제 활동을 지지해 주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특별히 정의로운 사람이어서가 아닙니다. 그 무게감을 견디는 것은 제몫일 겁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애쓸 생각입니다. 약자들의 선한 연대에 기대 여기까지 왔습니다. 피하지 않고 그 선의의 무게를 지고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해 오던 일을 중단 없이 밀고 나가겠습니다. 교육 컨텐츠와 시스템을 갖춘 ‘사법 피해자를 돕는 공익 변호사 모임’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의미 있는 사례들을 하나씩 쌓아 나가면서 사법정의 문제를 계속 이야기하려 합니다. 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저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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