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초포럼

로스쿨 교과목에 관한 단상

김홍엽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28.jpg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의 로스쿨 현황 진단과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로스쿨 교과과목 개선과 관련하여 민사집행법을 필수과목으로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민사집행법을 가르치는 로스쿨 교수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고무적인 견해이기는 하나, 로스쿨의 현실을 감안하면 실현되기 어려운 낙관론이어서 아쉬움만 더한 채 마음을 돌리게 된다. 로스쿨 제도의 목적은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분쟁해결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함에 있다. 따라서 실무와 직결되는 과목은 모두 필수과목으로 하면 될 것 같으나 필수과목 전체의 총 학점에 관한 상한선이 설정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문제 해결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 다른 한편 필수과목으로 강제하는 것 자체가 학습의 부담을 가중하고, 학습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문제와 결부되어 있어 섣불리 결정할 성질의 것도 아니다. 나아가 다른 과목 교수들의 이해관계도 무시할 수 없어 기존 필수과목을 조정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민사집행법으로 돌아와 보면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 민사소송법조차 그 가운데 일부만 필수과목으로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민사집행법을 필수과목으로 하자는 말을 아예 입 밖에 내기 어렵다. 민사집행법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변호사시험 과목도 아닌 민사집행법을 애를 써 배우려는 선견지명과 용기가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해가 더할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변호사시험 과목을 공부하는 것도 숨이 차서 허덕거린다. 이를 아는 교수로서는 자신의 과목을 듣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민사집행법을 스스로 가까이 할 수 있는 대안(代案)을 모색하지 아니하는 한 현실을 타개하는 것은 그야말로 난공불락(難攻不落)이다. 따라서 민사집행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민사집행법을 찾는 분위기가 로스쿨에서 자연스럽게 조성되는 것이 우회적이지만 현실적인 접근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사집행법에 대한 연구의 열기가 다른 법 분야에 비하여 현저히 떨어진다. 실무에 있어서도 보전처분을 제외한 민사집행의 대부분은 사법보좌관이 담당한다. 이 경우 판사로서는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이 없는 한 민사집행 분야를 접할 기회조차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로스쿨에서부터 민사집행법에 관한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법조계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힘을 보태주었으면 한다. 소박하게는 임용이나 채용의 면접 시 민사집행에 관하여 기본적 이해를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등 법조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실무능력을 점검하는 데 보다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이마저도 로스쿨 교육에 부담이 된다면 로스쿨 교육은 늘 파행(跛行)을 안고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