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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가짜 뉴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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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fake news)가 문명의 이기인 SNS, 메신저,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무차별 확산되며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 같다. 미국 대선에서는 ‘힐러리가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에 무기를 팔았다’거나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가짜 뉴스가 돌았고, 지난해 12월 4일에는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아동 성 착취 조직에 연루돼 있으며, 그 피자가게 지하실이 근거지라는 내용의 가짜 뉴스에 기하여 20대 청년이 워싱턴DC의 한 피자가게에서 '피자게이트'를 조사한다며 소총을 발사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트위터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뉴스가 유포돼 트위터 이용자들이 애도를 표하기도 했고,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히틀러의 딸'이라는 가짜 뉴스가 퍼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메르스 사태 때 ‘공기 전파로 메르스에 걸릴 수 있다, 바이러스가 변이되었을 수 있다’는 등의 근거없는 뉴스가 광범위하게 퍼지기도 했고, 북한의 대남 포격 도발시에는 '전쟁 임박 시 만 21∼33세 전역 남성 소집' 등의 가짜 뉴스가 SNS 등을 타고 번지면서 사회 불안을 증폭시키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대선주자들에 대한 근거없는 가짜 뉴스가 심심찮게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세계는 가짜 뉴스가 넘쳐 나는 세상이 되었다. 결국 가짜 뉴스에 대항하기 위하여 독일은 9월 총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영국의 팩트 체킹 관련 자선단체인 '풀팩트(Full Fact)'는 자동으로 사실 여부를 체크하는 모바일 앱을 올해 말까지 개발하겠다고 했다.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summit)에서 "페이스북은 점증하는 증오 연설과 폭력, 허위 뉴스에 맞서 싸워나가기 위해 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한다고 가짜 뉴스가 사라질지는 의문이다. 가짜 뉴스는 사회적 갈등의 심화라는 텃밭에서 양산되고 이익추구라는 인간적 본성의 바탕 위에서 자라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대선 앞에서의 격화된 사회적 갈등의 표출과 대선에서의 이익추구가 겹치면서 대권 후보들의 검증을 빙자하여 가짜 뉴스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이 주로 온라인으로 뉴스를 접하고, 모바일 이용자의 90% 이상이 SNS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니 가짜 뉴스로 인한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각할 수도 있다.

진짜와 가짜는 구별하기 힘들다. 더욱이 현대와 같은 정보의 홍수시대에서는 너무나 많은 정보들에 노출되면서 오히려 판단이 흐리게 되고 ‘참’과 ‘거짓’을 분별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실제 법조인들도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증거자료들로 인해 참과 거짓의 한계를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현실이 아닌 망상(Delusion)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가짜 뉴스에 속지 않을 혜안이 절실하다. 그러한 지혜와 혜안이 없다면 우리는 또 다시 망상속에서 ‘거짓’을 ‘참’으로 착각하는 우(愚)를 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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