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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급할수록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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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때아닌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특검의 수차례 출석 요구를 거부하다 체포된 최순실씨가 지난 25일 강제구인되면서 특검의 수사과정을 문제삼으면서다. 최씨 측은 특검팀이 수사과정에서 '삼족을 멸하고 모든 가족들을 파멸로 만들겠다'는 등의 폭언과 위협을 가하고,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공제라는 사실을 인정하라'며 자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수사과정에서 어떠한 강압이나 자백 강요 등의 인권침해를 한 사실이 없다"는 특검의 해명이 사실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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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참에 특검이나 검찰 등의 기존 수사관행에 문제는 없었는지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밤샘조사'다.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 등을 지낸 권광중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인섭 서울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과 대법원 판례 등을 인용해 밤샘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교수는 논문 '형사소송법 중 개정법률에 대한 검토 및 대안(1995)'에서 "그동안 수사관행으로 굳어져온 철야신문은 인간의 수면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일종의 고문으로 간주돼야 한다"며 "피의자 수사시 하루 8시간의 수면을 보장하고, 연속해서 2시간 이상 신문할 수 없으며, 신문 시간의 막간에 휴식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영국의 수준에는 아득히 못 미치더라도, 최소한 철야신문은 허용될 수 없음을 법적으로 명확히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법원도 2006년 1월 "별건으로 수감중인 자를 약 1년 3개월의 기간 동안 무려 270회나 검찰청으로 소환해 밤늦은 시각 또는 그 다음날 새벽까지 조사했다면 이는 심리적 압박감이나 정신적 강압상태 하에서 진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데 검사가 그 진술조서의 임의성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하는 증명을 하지 못했다"며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바 있다(2004도517).

제한된 기간내에 수사를 마쳐야 하는 특검의 특성상 신속성과 효율성을 강조할 수 밖에 없겠지만 여기에 매몰되면 수사 거부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향후 재판과정에서도 혐의 입증에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소는 단죄의 시작일 뿐이다. 법원의 유죄판결이 확정돼야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전례없던 일로 혼돈의 연속이지만 법과 원칙만은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보기에는 더디더라도 정도를 지키는 것만이 '유죄자 필벌'을 통한 정의실현이라는 목적을 제대로 이룰 수 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