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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의 입법적 과제

홍완식 교수(건국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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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의 업무와 역할은 전통적으로 법의 해석과 재판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법률가는 ‘이미 만들어진 법률’에 대한 해석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법률을 만드는 일’에도 역할을 확대하여야 한다. 국가운영의 개선이나 민생증진에 필요한 법률은 만들어지지 않고, 불필요해 보이는 법률은 많이 만들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재원에 대한 심각한 고려없이 복지를 확대하는 법률이 만들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이른바 ‘과잉입법’이나 ‘선심입법’에 대한 경계이다. 정치적이나 이념적으로 민감하지만, 필요한 입법이 대립과 갈등으로 만들어지지 못한다는 비난도 있다. 

 

이른바 ‘입법교착’ 혹은 ‘식물국회’에 대한 경계이다. 다수의석을 점하고 있는 정당이 다수결에만 의지해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폭력국회’ 혹은 ‘동물국회’라는 조롱을 받는 경우이다. 국회폭력이나 입법교착을 막기 위해 개정된 국회법에는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별칭을 붙여서 희망을 담아본 적도 있지만,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에 대한 신뢰는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법률은 1397건이고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을 합하면 4644건이다. 

 

광역지자체의 조례와 규칙은 4만8399건과 2만4334건이고, 기초지자체는 각 24만5820건과 10만8176건이다. 

 

행정청 및 지자체의 하위규범들도 또한 많다. '이렇게 많은 법률·행정입법·자치입법이 과연 필요한 것이며 제대로 만들어진 것일까?'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198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내린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은 671건이다. 

 

법률을 입법하는 일은 법률을 집행하는 행정작용이나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사법작용에 비하여 대단히 중요하다. 법령의 입법에 미비가 있거나 오류가 있다면, 법령의 집행이 곤란해지고 재판에서도 입법적 미비와 오류가 시정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변호사협회나 법원에서 법령을 직접 입법할 수는 없지만, 불필요하고 위헌적이고 불합리한 법령이 만들어지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법률가에게 주어진 입법적 과제라고 본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