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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로펌 변호사로서의 삶

전재민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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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에 들어가기 전에는 로펌 변호사에 대한 환상이 있을 수 있다. 잘 다려진 멋진 양복을 입고, 회의실에서 외국 고객과 유창한 영어로 유머를 주고 받으며, 몇 장의 서류를 커다란 회의용 책상 위 서명대에 올려 놓고, 두툼한 볼펜을 꺼내어 멋지게 싸인한 후 환한 웃음을 띠며 상대방과 악수하는 모습. 결론을 먼저 말하면, 싸인은 ‘고객’이 주로 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크게 틀리지 않다.


그런데 그 이면(裏面)이 더욱 흥미롭다. ‘잘 다려진 멋진 양복을 입기 전’까지 며칠간 뜬 눈으로 밤샘 협상과 문서작업을 했을 수 있고, ‘외국 고객과 유창한 영어로 유머를 주고 받기’ 위해서는 (영어 공부는 물론) 수없이 많은 미팅이나 전화회의에 참여하고 밤낮없이 날아드는 이메일을 일일이 확인하여 회신하였을 터이고, ‘몇 장의 서류를 책상 위에 올려 놓고 고객께 서명을 권하기 전’까지는 백과사전만큼 두꺼운 부속서류들에 행여 오탈자라도 있을까봐 졸리는 눈을 비비며 완벽에 완벽을 기하는 날들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보면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을까. 과업은 오랜 시간의 노력과 인내를 요하고, 그 성과는 어찌 보면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요행을 바라다가 그게 맞아떨어지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 쉽게 성공에 이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 이에 비해 고생을 묵묵히 참아내며 살아가다보면 어느덧 남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경지에 이르게 된 자신을 발견하리라는 것, 이것이야말로 사회과학에서 찾아 보기 어려운 자연법칙에 준하는 절대불변의 ‘진리’가 아닌가 싶다.


로펌에 입사하기 전, “전 시보, 1년차 검사보다 고된 직업이 세상에 딱 한 개 있는데 그게 로펌 변호사야”라던, 지금은 검찰에서 퇴직한 선배의 목소리가 십여년이 지났는데도 귓가에 맴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로펌에 꿈을 둔 장래의 로펌 변호사들과 현재 로펌에서 고생하고 있는 동료와 후배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에게도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고, 배움과 성장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고생은 남들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열심히 쫓아다녀야 할 대상’이지요. 그렇게 10년이 지난 후에도 잘 안 되어 있으면 제게 A/S를 청구하세요.”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