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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말

나의 여행기 - 홀로 떠난 요르단

협곡 돌고돌아 만난 '알카즈네'… 그 신비로움에 넋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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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수십 미터의 협곡을 돌고 돌아 만날 수 있는 페트라의 보고 ‘알카즈네’. 거대한 바위를 통째 깎아 만든 신비로움에 넋을 빼앗긴다.

 

겨울 칼바람이 매섭다. 지난 겨울 끝자락, 홀로 떠난 요르단 여행을 돌아본다.

요르단은 중동 한가운데, 사해와 요단강의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다. 기름 냄새 물씬한 그 이름과는 달리, 석유가 전혀 나지 않는 나라다. 이스라엘과 시리아,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에 둘러싸여 분쟁의 불씨를 품고 있고, 최근 시리아내전과 IS의 득세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 대부분은 아랍인이며, 이슬람 수니파로 분류된다.

 요르단 여행은 남부항구도시 아카바(Aqaba)에서 시작됐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하여 휴양도시 에일랏을 거쳐 요르단으로 넘어갔다. 요르단으로 넘어가는 육로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아라바-이츠하크라빈 국경은 적막을 넘어 을씨년스러움으로 가득했다. 요르단에 들어서니 여기저기 “웰컴투 조단”을 외치는 택시 호객꾼들이 날 이끈다. 가장 순한 얼굴을 가진 분과 흥정을 하고 아카바로 출발했다. 1시간여, 흙먼지를 뚫고 King's Highway를 달려 아카바에 도착했다. 데이빗린의 명작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로렌스와 그의 동맹군들은 이곳을 점령하기 위해 여정을 시작한다. 해변에 잠시 머물며 홍해를 바라보았다. 생각만큼 붉지 않았다.

 와디럼(Wadi Rum) 사막에 왔다. 와디럼은 오래 전부터 아라비아 상인들의 교역로 역할을 한 곳이다. 모래가 유난히 붉어 화성을 무대로 한 리들리스콧의 영화 ‘마션’의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천막으로 된 베두인족 캠프에서 밤을 보냈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만끽하다 잠이 들었다. 와디럼은 해 뜰 때가 가장 아름답다며 꼭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베두인 가이드 라에드의 당부가 잠결에 들린다. 다음날 아침, 여독의 여파로 미적거리는 내게, 라에드는 연거푸 "얄라얄라"를 외쳤다. 한국말로 옮기면 "빨리빨리" 라는 뜻이다. 라에드의 트럭을 타고 사막을 달리는 내내, 얄라얄라가 후크송처럼 머리에 맴돈다. 라에드에게 비슷한 가사의 코리안 트레디셔널송이 있다고 알려 주었다. 라에드는 아이처럼 좋아하며 불러달라 했다. 그렇게 우리는 중동 한가운데서 함께 청산별곡을 불렀다. 해가 모습을 드러낼 쯤 와디럼의 발그레한 빛이 더욱 짙어졌다. 간간이 오는 날카로운 바람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화성이 이럴까. 감자가 먹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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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필자인 황지행(32·변호사시험 4회) 율촌 변호사가 와디럼에서 베두인족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아래)붉은 모래사막한가운데서 맞는 일출장면. 붉은 모래가 일출의 빛을 받아 사막이 온통 붉게 변하며 장관을 이룬다.

 

 다음 행선지는 요르단여행의 하이라이트, 고대도시 페트라(Petra)다. 페트라는 기원전 7세기부터 2세기경까지 활동한 나바티아인들이 건설한 거대한 산악도시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근처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탐방에 나섰다. 수 십 미터 높이의 협곡(Siq)을 돌고 돌아 도시 깊숙이 들어가니 요르단의 아이콘, 알카즈네가 빼꼼히 모습을 드러낸다. 거대한 바위에 부조 형태로 건조되어 있다. 2000년 전 나바티아인의 건축기술을 짐작케 한다. 알카즈네는 ‘인디아나존스’로 유명하며 드라마 ‘미생’의 마지막장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다음날 해질녘 사해(Dead Sea)에 도착했다. 중동 특유의 모래먼지가 독특한 석양을 만들었고, 석양을 뚫은 햇살은 흙빛바다에 부서졌다. 많은 여행객들이 바다에 누워 신문을 보거나 SNS용 사진을 찍었다. 옷을 갈아입고 사해 세레모니에 동참했다. 얼마나 짠가 싶어 혀를 대보았다. 역시 짰다. 겁 없이 수영을하다 바닷물이 눈에 들어가 지옥을 간접 체험했다.

 마지막 행선지는 요르단의 수도 암만(Amman)이다. 도시는 온통 연유빛이다. 도시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목 좋은 곳에는 커다란 국기가 펄럭였고, 시내 곳곳에 국왕 압둘라2세의 얼굴이 보였다. 숙소를 따로 예약하지 않아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로만씨어터 근처 허름한 호스텔에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부터 로마유적지를 중심으로 뚜벅이 여행을 시작했다. 로만씨어터, 씨타델, 우마야드궁전을 차례로 방문했다. 로마유적 중 많은 곳이 공사 중이거나 부서진 상태로 방치 되고 있었다. 아쉬웠다. 도시 정점에 위치한 시타델에 올랐다가 시내로 내려오는 길에 골목을 잘못 들었다. 동네 아이들이 바람 빠진 축구공으로 열심히 축구를 하고 있었다. 눈치 없이 껴서 함께 땀을 흘렸다.

 언제나 그렇듯, 살람(안녕)과 슈크란(고마워)이라는 인사가 익숙해 질 즈음 요르단 여정이 끝났다.

<황지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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