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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당당하게 일어설 때

閔瑛圭법무사 - 2000년2월3일, 제2857호

자연으로부터 얻어맞는 재앙은 두려워 하면서도 사람을 경계하는데는 길들여지지 않았던 것이 과거 우리네들의 보편화된 인식이었을 것 같다. 순박한 민족성 때문이었을까. 사람으로 인하여 흠집을 내면서도 곧 잘 그 삶에 슬그머니 묻어가면서 종내는 저명인사로 변신해 버리고말던 현실을 무수히 접해온 터이다. 그래서 속칭 줄을 잘 서야 된다는 사고가 아무런 저항과 가책도 없이 터를 잡게 되었고 또 그렇게 하여 총체적 타락까지 불러들이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 뿐이겠는가 설상가상으로 이웃을 외면하고 나만을 위하여 챙기고 포장을 하는등 인간의 가치가 한낱 상품으로 전락하고 양심이 좌초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체험하기도 했다. 이처럼 허상과 진실, 질타와 회유가 뒤섞여 들끓고 있는 동안에도 역사는 말없이 바람을 재우고 여과하면서 그 행진을 멈추지 않았었으니 이는 일부 의롭게 버텨온 창조의 의지와 슬기가 그 길잡이 역할을 하여 왔던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어쩌면 역사는 그렇게 몸부림 치면서 오랜세월을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런지 모르겠다. 필자는 20여년전 미국에 이민간 막내동생과 얼마 전 저녁식사를 함께 한 일이 있었는데 그 동생으로부터 매우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내용인즉 한국의 주택들이 한결같이 크고 호화로운데 놀랐다면서 그래가지고서야 어떻게 기술이전이며 자금지원을 구할 수 있겠느냐는 핀잔이었다. 무척 머쓱했다. 우리 선조들은 짚신마저 아까워서 반반한 길에서는 벗어들고 뛰었었다던데 어찌하여 이렇게 변해버렸는지-아마도 대다수의 우리들 스스로가 분수를 모르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세월을 더디게 끌어가던 농경사회를 거쳐 개인주의사상이 주도하던 산업사회로 그리고 이어서 창의성이 돋보이는 정보사회로 숨가쁘게 옮아 오는 동안에도 우리는 늘 주변국에 머물 수 밖에 없었으면서도 내 자신을 가꾸고 장식하는 데만은 선진성향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세기를 유럽이 인류질서를 계도했었다면 20세기는 미국이, 21세기는 동북아인 우리들 주변국 어딘가가 주도하리란게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데 과연 우리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 우리가 일부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의 이기와 비도덕성을 질타하는 까닭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이들의 이기와 착취성향을 잠재울 수 있는 관리기능을 확실하게 가동하지 않고서는 또 다른 위기를 겪지 않으리라고 뉘라서 장담하겠는가. 더러는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들먹인다. 그러나 이는 자칫 음지에서 허덕이는 서민들 내지는 의로운 분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사례가 연출될 것 같아서 마땅치 않다. 그래서 지도자란 더 고통스러워야하고 더 인내하고 솔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깨끗해야 한다면서 엄청난 착취성 부의 축적을, 그리고 이를 마치 능력으로 평가하던 때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고통을 분담하자면서 고통을 전담시키고 대책은 마련치 않고 단속만 있던 사례를 또한 종종 접해왔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성보다 지식이, 이성보다 감성이, 설득보다 충동이, 화합보다 갈등이 그리고 관용보다 이기가, 발 붙일 공간이 좁아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등속의 길잡이 역할 역시 지도자들의 몫임에는 두 말할 나위 없다. 그리하여 다시는 사람으로 인하여 흠집을 내는 일이 없도록 가치의식의 변화가 있어야 함은 물론 규격화에 길들여진 의식 즉 지각 우선순위의 타성과 그런 관념 역시 말끔히 지워 버려야 할 것이다. 내 집에서 귀여움을 받지 못하는 아이는 밖에서도 버림을 받는다고 했다. 사람을 귀하지 않게 생각하는 민족은 결집된 의사를 도출해 낼 수가 없다.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나만이 아닌 남에게도 관심을 갖는다는 말이다. 남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풍요와 공감을 보다 쉽게 얻어 낼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바로 이것이 진정한 자생능력의 근간이다. 필자는 우리의 잠재력과 우월성을 굳게 믿는다. 우수한 머리도 우리에게는 있다. 앞으로는 어정쩡하게 줄이나 잘 서서 인성이 몰락하는 삶에 안주하려 드는 사례가 허용되지는 않을 것 같다. 자구노력에 의한 삶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의지로 당당하게 일어 설 때이다. 우리들 주변은 첨단기술의 일본과 또 광활한 시장인 중국이, 그리고 엄청난 자원을 가진 러시아가 우리의 능력과 창의를 기다리고 있다. 아무쪼록 네가 존재하여야만이 내 존재가치가 고양된다는 인성교감이 활발히 진행되어 우리모두 다시는 역사 주변으로 밀리는 일이 없도록 하였으면 한다. 재론하거니와 앞으로 굴뚝산업이 퇴조하고 지식정보산업이 지배하게 될 새 천년은 기필코 우리들의 무대가 되도록 하자.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