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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치료명령제도의 시행에 부쳐

서동칠 부장판사 (창원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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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일 형사재판에서 치료명령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치료명령제도는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심신장애인이나 알코올중독자가 통원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고 다시 죄를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법원이 피고인에 대하여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조건으로 형의 선고나 집행을 유예하면서 일정기간을 두고 치료를 받을 것을 명하는 제도이다. 치료명령을 받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치료에 응하지 않는 등 준수사항을 위반할 경우 법원은 유예한 형을 선고하거나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할 수도 있다.

기존 법률에서도 중한 범죄를 저지른 심신장애인 등에 대해서는 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된 감호소에 수용하여 치료하는 치료감호제도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를 저질러 집행유예나 선고유예에 처하게 될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이 재범할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되더라도 치료를 위한 별다른 조치 없이 종전의 환경으로 되돌려 보낼 수밖에 없었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피고인이 다시 유사한 범죄를 저질러 법정에 서게 되는 악순환을 막기 어려웠다. 치료명령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앞으로는 피고인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면서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 아래 알코올중독이나 심신장애 등을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지난 해 전체 범죄 중 알코올이나 정신장애와 관련이 있는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이 26.1%에 달한다는 대검찰청의 통계를 굳이 인용할 필요도 없이, 일선에서 형사재판을 담당하다보면 실제 상당수의 사건이 약물남용이나 정신질환에 기인한다는 점을 금방 체감하게 된다. 형벌은 객관적이고 엄정해야 하며 술에 취했다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사정이 범죄에 대한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막상 법정에서 만나는 피고인들 중에는 그 피고인을 위해서 뿐 아니라, 이 사회를 위해서도 형벌보다는 치료가 더 시급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딛은 치료명령제도가 피고인들의 조속한 사회복귀를 돕고 재범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활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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