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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형벌상한보증제도?

조정욱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법무부가 10월 6일 약식명령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개정이유로 "벌금집행 지연이나 불법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정식재판청구나 상소를 남용하는 경우 등에도 불이익변경금지가 적용돼 이 제도가 범죄자에 대한 형벌상한보증제도로 전락하고 있다"며 "관련사건이 급증함에 따라 제한된 사법역량이 오히려 경미한 사건에 집중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왔고 외국입법례에서도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제도이다"라고 설명했다(법률신문 2016년 11월 10일자 3면 참고).

법정을 방청하다보면 법무부의 설명에 일부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무죄주장) 사건에 참여해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개정안은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첫째, 개정취지에서 이미 범죄자라고 낙인을 찍고 사법행정의 편의를 우선하였다는 점이다. 약식명령사건에도 무죄 주장하는 피고인이 적지 않은데, 정식재판청구를 하면 더 무거운 형벌이 내려질 수 있다는 위험은 무죄주장을 포기하도록 사실상 강제할 수 있다. 둘째, 새로운 특별법이 계속 제정·개정되는데(예컨대 청탁금지법 제정, 개인정보보호법·저작권법 개정 등), 여기에 행정형벌이 늘고 있다. 특히 새로 신설되는 행정형벌에서 금지요건에 관하여 그 법리가 확립되지 않은 경우도 많고 논란 속에서 자주 개정되기도 하는데, 개정안은 이를 적극적으로 다툴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법무부는 정식재판청구의 급증세를 언급했는데 1995년부터 얼마나 많은 특별법적 행정형벌이 신설, 개정되었는지, 그에 따른 약식명령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셋째, 약식명령사건에서 여러 사정으로 엄격한 증거법칙에 따른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히 행정단속을 위한 기획수사로 인해 약식기소된 피고인 중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다. 약식명령도 개인에겐 전과가 된다. 상소율이 높은 이유가 이와 같은 상황 때문은 아닌지 조사해보아야 한다. 넷째, 1995년에 약식명령 사건에 대해 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규정하게 되었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무죄추정, 실질적인 재판받을 권리 보장 등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우려를 고려한다면 성급하게 불이익변경금지 폐지를 추진하기보다는 법무부가 말하는 폐해나 남용을 줄일 수 있는 묘안도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