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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불아귀(法不阿貴)

안식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대표)

법불아귀(法不阿貴)는 한비자의 법가사상을 가장 잘 요약한 문구로 평가된다.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이 말의 의미는 곧 법은 만인이 지켜야하며, 만인에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비자는 다수의 군주가 몰락한 이유가 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려면 권위가 필요한데, 권위는 군주가 법치를 엄격히 따르는 데에서 생긴다고 했다. 왕조시대에도 통용되는 금과옥조이니 오늘날과 같은 민주공화제 하에서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법불아귀의 정신이 지켜지지 않고 권력이 사유화되며, 법 준수 및 집행의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민주공화제의 공정성과 공공성이 무너지게 되고 위정자들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배워야하는 가장 큰 교훈 역시 법불아귀의 정신이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검찰은 중차대한 시험대에 올라있다.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이번에도 벗어내지 못한다면 성난 민심과 마주하게 될 것이고, 검찰개혁의 쓰나미를 맞게 될 것이다. 대통령은 측근의 개인적 일탈행위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광장에 모인 100만 시민은 "대통령이 몸통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더 이상 권력과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철저하고 공명정대한 수사가 절실하다.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의 큰 공감을 얻은 말 중의 하나가 "정치는 삼류지만, 국민은 일류"라는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류 국민들이 주권자의 목소리를 분명히 하였고, 이제 다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이미 국민적 신뢰를 상실하고 심판을 받은 대통령의 책임을 엄중히 묻되, 국정 혼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핵심과제이다. 삼류정치가 이러한 숙제를 잘 풀어낼지가 관건이다. 당리당략적 관점에서 이해득실만 따지는 식의 접근으로 광장에서 표출된 주권자의 목소리를 왜곡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이미 우리는 87년 6월 항쟁과 직선제 개헌의 훌륭한 경험을 갖고 있다. 광장의 정치와 제도권 정치가 조화를 이루어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고 우리헌정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 내년이면 87년 6월 항쟁과 제6공화국 헌법개정 30주년이 된다. 다시 한 번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 내년에는 우리 헌정을 또 한 번 발전시키는 제7공화국 개헌을 이루고 헌법정신에 투철한 새로운 정부의 선출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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