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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자기방어의 권리인 정당방위의 부활

이건리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어떤 법이든지 총론 부분은 각론 부분에 앞서 해당 법의 목적과 근본규범을 선언하면서 그 핵심내용을 그 법의 앞쪽에 위치한다. 총론 부분은 각론 부분을 해석하는 지침이 되기도 한다.

자기 방어의 권리는 모든 사람의 권리이다. 모든 생명이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는 것과 이율배반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자기 생명을 돌보는 것은 타인의 생명에 대한 배려보다 앞선다. 자신의 생명권을 스스로 보호하는 것은 인류보편의 요청이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형법 제21조 1항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정당방위에 관한 규정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어서 아쉬움이 많다.

몇 달 전에 지하철역 10미터 이내 금연구역에서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가던 20대 여성이 담배를 피우던 50대 남성에게 "담배 좀 꺼 주세요!" 라고 말했다가 빰을 맞고 그 남성을 손으로 밀쳐냈던 일로 쌍방폭행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던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정당방위임에도 피의자로 입건된 후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되면 헌법재판소에 불복신청을 하여 구제를 받게 되고, 기소가 되면 법원에서 정당방위임을 입증하여 무죄 선고를 받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열정, 비용이 필요하고, 억울한 그 사람은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한동안 살아야한다.
쌍방폭행 사건처럼 보이더라도 한 쪽 당사자가 실제는 피해자인 경우, 양비론의 입장에서 양 당사자 간 벌금액의 차이를 두는 것으로, 또는 가해자는 기소하고 실제 피해자는 기소유예 처분을 하게 되면, 진정한 피해자는 억울하고 원통하게 된다.

갑작스런 폭력에 무자비하게 피해를 입는 과정에서 이를 뿌리치거나 심한 공격을 받다가 이를 밀쳐내는 과정에서 가해자가 다치거나 심지어는 가해자가 폭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경우에도 자칫 사안의 경과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면 쌍방폭행 사건으로 정리되고 만다.

자기 또는 이웃이 피해를 입는 긴급한 상황 하에서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상당한 행위는 마땅히 자연권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 누구라도 다른 선택의 가능성이 없는 경우라면 정당방위를 인정해야 한다. 물론 피해를 자초하였거나 범죄를 유발한 경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십보백보라거나 양비론의 입장에서 형사사건을 바라볼 일은 아니다. 정의가 불의와 뒤섞여서는 안 된다. 정당방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은 종래의 업무처리 관행에서 벗어나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고 법률가로서 어려운 결단을 해야 한다. 불의를 저지르는 사람이 오히려 형법에 의해 보호되는 모순적인 상황은 더 이상 발생되지 않아야 한다.

법규정을 단순하게 문리해석하는데 그치거나, 개념법학적으로 적용하는데서 탈피하여, 이제는 형법 총론 부분에 있는 '정당방위' 규정의 본래의 목적과 정신을 부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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