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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법치(法治)에의 기원(祈願)

김홍엽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연구실에 늦은 시간까지 있으면 몸은 힘드나 마음은 되레 한가롭다. 캠퍼스에 적막(寂寞)이 찾아오면 캠퍼스는 절간 같다. 도심이지만 고궁과 담벽을 이웃하고 있으니 도심 같지 않다. 캠퍼스를 벗어나 숲속으로 빠져들면 북악산 자락 한양도성길로 접어든다. 옛 모습 그대로 이려나 생각하다가 어느새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옛 선비의 모습과 마주한다. 일상의 대부분을 연구실에 머물게 하는 것은 캠퍼스의 이런 청량감 때문이다. 자연히 마음도 유유자적(悠悠自適)해진다.

그런데 요즘 들어 캠퍼스에 있어도 심사(心事)가 어지럽다. 시국(時局) 탓이다. 정치적 감각이 없는 소시민이지만 시국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광화문의 함성이 캠퍼스 옥상에서 들리기도 한다. 하루하루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시국이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오늘의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 근본적 원인이 무엇일까? 반듯함을 잃어버린 탓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반듯함은 올곧음을 말한다. 이러한 반듯함을 누구에게나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복(公僕)에게는 반드시 요구되는 최소한의 덕목이다. 덕치(德治)를 어떻게 기대하겠는가? 그러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법치(法治)만을 기대한다.

법치가 일그러지면 공복의 위치에 따라 법치만을 보고 법치에 기대는 사람들 모두가 불행해진다. 공복의 자세는 국민에게 봉사함에 있다. 이런 법치의 기속(羈束)이 부담스럽다면 굳이 공복의 길을 택할 이유가 없거니와 택해서도 아니 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선 법치로 봉사를 실천하여야 할 관료나 정치인들이 법치를 망각하는 일을 흔하게 본다. 진정한 법치는 말이나 머릿속에 있는 법치가 아니라, 가슴에 젖어 있는 법치이어야 한다. 쓰이지 않아야 할 사람이 쓰이지 않아야 할 곳에 있으면 자신도 망치고 그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다치게 된다.

오늘의 사태를 슬기롭게 잘 해결해 나가길 국민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기대한다. 모든 것이 어려워진 시대이다. 크고 작은 걱정거리가 늘어만 가는, 삶 자체가 팍팍해지는 세상이다. 법치를 실현하여야 할 분들에게 헌법과 법률이 명하는 책무(mandate)를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다. '정직은 최상의 방책(方策)이다.' 법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가 정직이다. 오늘날 정직을 잃고, 참된 공복의 자세를 일탈한 사람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한다.

초심과 다르게 결국 권력욕이나 재물욕으로 사리(私利)를 채우는 거짓 공복들 자리에 정직으로 늘 자신을 반조(返照)할 수 있는 참된 공복들로 채워져 가길 기원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