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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누가 공적 시스템을 붕괴시켰는가?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완성하고 최초 황제, 시황(始皇)에 올랐던 진시황은 인간 존재를 넘어 불로불사의 신의 영역으로 들어가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의 욕심은 개인의 수명을 재촉하였을 뿐 아니라, 그가 세운 제국 역시 무능한 2세 황제에게서 끝나게 된다. 진 제국의 멸망에는 지록위마(指鹿爲馬)로 유명한 환관 조고가 있었다. 비운의 국모로 연민을 자아내기도 하는 명성황후는 임오군란 당시 충주로 피신하여 있던 중 신령이 왕비가 있는 곳을 알려주어 찾아왔다는 한 무당을 만나게 된다. 그 무당이 알려준 날에 정확히 환궁을 하게 되자 명성황후는 무당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여 진령군이라는 군호까지 내려주고 총애하게 된다. 진령군은 권력의 절대적 신임을 배경으로 조정의 인사와 갖은 이권에 개입하여 조선의 멸망을 앞당기는 데 기여한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러기에 우리는 과거에서 배우자고 하고,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존한다. 청와대에는 각 비서관실이 있고 최고권력자의 주변을 감찰하고 고위공직 대상자들의 적격성을 검증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민정수석실이 있다. 총리실을 비롯한 모든 정부부처에도 내부 비위를 적발하고 감찰하는 부서가 존재한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서슬퍼런 눈들이 존재한다. 지금 나라를 뿌리채 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는 이와 같은 국가의 모든 공적 시스템이 붕괴되었거나 최소한 마비되어 있다는 증거다. 수 백, 수 천의 공무원들이 일하고 있는 그 수 많은 공적 시스템에 의하여 걸러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일부 인사들은 공무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기 보다는 '비선(秘線)'의 아바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였다. 국민들은 그동안 한 편의 인형극을 보았다. 살아있는 배우들의 최선을 다한 명품연기인 줄 알았는데 줄에 매달린 인형들의 영혼없는 연기에 지나지 않았다. 속였으면 최소한 입장료는 돌려주어야 하지 않는가? 어떻게 소위 '깜'도 안 되는 사람들이 커튼 뒤에 숨어서 국정을 농단하고 국기를 문란하는 행위를 서슴없이 할 수 있었다는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행위를 막기 위하여 구축해 둔 국가의 공적 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모두가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의 공범이다. 권력 앞에서 그리고 권력을 등에 업은 사람 앞에서는 공적 시스템은 작동되지 않고 오히려 오작동되는 것이라면 국민은 그런 시스템 유지를 위해 비용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 공직자의 자격은 무엇인가? 전대미문의 추악한 사기행각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반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헌법 제1조를 읽어본다. 대한민국의 공무원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목에서 가슴이 벅차 올라야 하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읽을 때는 주인인 국민 앞에 한없이 낮아지며 겸손해 져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공직자의 자격이다. 자격없는 자들이 공직에 앉는 순간 공적 시스템이 붕괴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앉힌 사람, 앉은 사람 모두 참 나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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