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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판사들이 공단으로 간 까닭

서동칠 부장판사 (창원지법)

필자가 근무하는 창원에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기계공업단지가 형성되어 있다. 시내 어디서든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 공단 쪽을 바라보면 푸른 지붕을 맞댄 공장 건물들이 시야가 닿는 곳 끝까지 줄지어 늘어선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선 수만 명의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쉴 새 없이 기계를 돌리고 있다.

처음 시작은 이 도시의 특성에 맞는 법 교육 방법이 어떤 것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였다. 법률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적 욕구는 있지만 빡빡한 일과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바쁜 근로자들과 함께 하려면 그들의 일터로 직접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판사 10명이 2개 조로 나누어 5개의 법률 분야에 대하여 10개의 기업체를 순회하면서 릴레이 강의를 한다는 기본 개념이 그렇게 만들어졌고, '창원지방법원 제1회 판사, 시민과 함께하다'라는 타이틀이 붙여졌다.

그러나 강의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판사들이, 법률 분야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는 근로자들을 상대로 법과 재판에 대해 강의를 한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걱정하거나 불안해하는 동료를 서로 다독거려가며 함께 강의안을 구상하고, 발표자료를 만들고, 리허설을 반복하면서 강의를 준비하는 동안 두 달여의 시간이 흘러갔다.

6월 초 시작된 강의는 예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 퇴근 후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낼 금쪽같은 시간을 큰맘 먹고 투자한 청중들은 그에 걸맞는 대가를 얻어 가겠다는 듯 두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였고, 날카로운 질문들을 이어갔다. 떨리는 마음으로 순서를 기다리던 판사들도 막상 마이크를 잡으면 이내 노련한 전문 강사로 빙의해 준비한 모든 것들을 쏟아 부어 자신에게 부여된 시간을 채워나갔다.

그날 강의의 내용을 청중들이 얼마만큼 이해하였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자신들의 질문에 판사들이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을 때보다 오히려 대답을 찾지 못해 쩔쩔맬 때 객석에서 더 큰 환호와 박수가 나온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현장의 어느 청중이 얘기했듯이, 그들이 의미를 찾았던 것은 판사들이 법대에서 잠시 내려와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을 눈으로 직접 보고 같은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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