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초포럼

고소와 가압류 사건이 많다는 것의 의미

이천교 법무사 (경기북부회)

종종 언론에서 '고소 공화국'이라는 기사를 접하듯이, 우리 사회는 인구 대비 고소사건의 비율이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이례적으로 많다. 특히 재산죄 그 중에서도 사기죄 고소사건의 비율은 일본에 비해 무려 수백 배에 달한다는 기사를 오래전부터 접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바람직한 것이 아님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가지고 우리가 고소를 즐기는 국민성을 가졌다거나, 국민들이 형사법적 지식이 없어서 형사고소 사건이 몰린다고 비약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형사고소 사건의 상당수는 사실상 민사 문제를 형사적으로 해결하려는 '민사사건의 형사화' 현상이 문제되고 있듯이, 일본에 비해 형사고소 사건이 많다는 사실은 한편 우리 사회의 민사 권리구제 제도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 주는 면도 있는 것이다. 민사 구제 제도에 대한 현실을 말해주는 수치일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사 구제 제도에 대한 개선의 노력이 없이, 형사로 하지 말고 민사로 하라고 미루기만 하는 것은 근본적은 해결방향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무책임한 역할 회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심지어 대통령을 지낸 분이 민사 재산명시 절차에서 제대로 재산을 밝히지 않고 소유재산이 28만원에 불과하다고 하여 지금도 회자되는 사례는, 우리사회에서 민사구제제도의 현실이 어떤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또 하나 우리 사회는 본안소송 대비 가압류 사건의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많으며, 가압류가 남용되고 있으므로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일부 법원에서는 매우 엄격한 기준 하에 까다롭게 가압류 재판을 하고 있기도 하다.

본안소송 대비 가압류 건수가 이례적으로 많은 것 역시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우리 사회의 본안소송 대비 가압류 사건 수만 단순 비교할 것이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 본안소송 후 그 재판결과에 따라 만족(채권변제)을 받는 비율을 우리 사회와 비교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통계를 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여하튼 본안 재판을 받아도 나중에 강제집행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고 결국 판결이 휴지조각처럼 되어 버리는 비율은, 아마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서 가압류 사건수가 많은 것 만큼이나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점 역시 우리의 현실을 말해주는 수치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압류를 엄격히 제한하고 본안재판 후 강제집행으로 해결하라고만 하는 것은, 어쩌면 자력구제가 금지되는 우리 법제 하에서 긴급한 권리구제 역할을 무책임하게 미루는 것으로 될 수 있고, 사법 불신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본안 대비 가압류 건수 비율이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이례적으로 높다는 점이 말해주는 것은, 가압류를 제한하고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만 나타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가압류를 하지 않고 본안 재판만 받았다가는 그나마도 휴지조각처럼 되어 버리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 그러므로 이를 먼저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그만큼이나 이례적으로 크다는 것을 나타내 주는 면도 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