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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광화문에는 연가(戀歌)가 어울린다

이찬희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살면서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지만 하게 되는 일들이 있다. 지난 9월 21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정사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였다.

80년대 전반에 대학을 다닌지라 시대 분위기 상 자연스럽게 시위에 참석한 적이 있었지만, 30년도 더 지나 50대의 변호사가 되어서 다시 시위를, 그것도 1인 시위를 하게 될지는 상상도 못하였다.

입법예고된 행정사법 개정안은 행정사에게 행정심판대리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변호사의 직역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가 되는 한편, 유사직역의 통합을 전제로 도입된 로스쿨제도와 근본적으로 상충하는 것이며, 행정부 공무원들을 위한 또 하나의 전관예우법이다. 엄청난 이권이 달려있는 행정 문제에 직면한 국민은 돈 보따리를 싸들고 담당공무원과 친분 있는 고위 공무원 출신 행정사라는 또 다른 전관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법조계의 전관예우도 제대로 근절하지 못하고 주기적으로 문제가 터지고 있는 이 나라에서 행정부 출신의 또 다른 전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상황이 이처럼 풍전등화 같을 때는 좌고우면할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행동으로 나서서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변협에서 회원들에게 내부 의견을 수렴한다면서 특별히 행동으로 나설 조짐이 보이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직접 피켓을 제작해서 1인 시위에 나섰다. 다행히도 뜻을 같이하는 변호사님들이 계속하여 1인 시위에 동참하여 주었고, 소극적이던 변협 집행부에서도 뒤늦은 감이 있지만 사태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개최하였다.

지금 변호사들의 직역과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은 행정사법 개정안 하나 뿐이 아니다.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권, 법무사와 세무사의 소송대리권, 공인노무사의 고소ㆍ고발사건 진술권 요구 등 유사직역의 침해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가 유사직역을 흡수, 통합할 때는 힘을 모아 한 직역부터 흡수, 통합하여 다른 직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우리가 공격을 당할 때는 한 곳이라도 무너지면 이를 근거로 다른 직역도 도전해 오게 된다. 총체적으로 막아야 한다. 변호사들을 한번 모이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한번 모일 때 확실하게 변호사들의 직역을 침탈하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모든 유사직역의 부당한 입법시도에 대하여 우리 변호사들의 결연한 의지가 확실히 전달되도록 하여야 정부든, 국회든 변호사들의 분노를 제대로 느끼게 될 것이다.

고인이 되기 전까지 작사가 겸 작곡가 이영훈씨의 고문변호사를 하였다. 그가 지은 많은 노래 중 특히 '광화문 연가'를 좋아한다. 광화문에는 연가(戀歌)가 어울리지 애가(哀歌)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 더 이상 광화문이든 여의도이든 변호사들의 눈물로 쓴 애가가 흘러나오는 곳은 없어야 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