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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우려되는 전관예우 방지대책


"피고인이나 고소인의 사정 등을 설명하려고 검사실에 전화를 하지만 검사와 직접 통화하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의 말이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도 "홍만표 전 검사장 같은 고위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몰래변론을 할 때 핸드폰 대신 과연 검사실로 전화를 걸거나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서 할까요? 결국 다른 변호사들만 더 일하기 어려워졌습니다"라고 말했다.

전·현직 검사들의 잇따른 비위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검찰이 전관예우 방지와 법조비리 근절 대책으로 내놓은 '형사사건 변론에 대한 업무지침'이 19일로 시행 한 달을 맞았다. 변호사의 방문 및 전화 변론시 선임서 제출 여부를 우선적으로 확인해 선임서 미제출 변론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개별 검사실에 구두변론 관리대장을 비치해 전화 및 방문 등에 의한 변론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도록 해 문제의 소지를 없앴겠다는 것이지만, 불편을 넘어 '불통'을 호소하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수임한 사건과 관련해 검사에게 이야기할 게 있어 전화를 했는데 검사실 실무관이 '왜 통화를 하려 하느냐', '그런 내용은 검사님과 직접 통화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아예 연결조차 시켜주지 않는다"는 변호사도 있다.

검찰 단계의 형사사건은 예전부터 진입장벽이 높아 검찰 출신 변호사가 아니면 사건 수임이나 수행 자체가 까다로운 분야로 인식돼왔다. 공개된 법정에서 누구나 공평하게 변론 기회를 갖는 재판과 달리 검찰 단계에서는 사건배당 여부와 같은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이 어렵고 각종 수사·조사절차도 밀행적으로 이뤄져 사건 진행과정을 파악하거나 피의자나 고소·고발인을 위한 변론 기회를 충분히 갖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 지침상의 엄격한 규제는 가뜩이나 산더미 같은 업무로 바쁜 검사들이 변호사와의 만남을 회피하거나 변론을 듣는 것을 기피하는 면책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낳고 있다. 검사와 변호사간의 소통 창구가 좁아지다보면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검사가 전화 통화나 면담을 거부하기 어려운 더 센 전관변호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 법조비리의 재발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건 당사자인 피의자나 고소·고발인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운용의 묘를 살리거나 제도적인 보완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