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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김영란법 합헌결정에 대한 소감

윤배경 변호사 (법무법인 율현)

재판기능이 가지는 가장 큰 역할은 국가·사회의 가치체계를 선언하고 분쟁을 종결시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헌법해석과 관련된 정치적 사건을 해결하는 헌법재판소가 지닌 가치는 특별하다. 국가·사회의 극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단순히 헌법의 규정이나 논리에 그치지 아니하고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파급효과는 지대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2004년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한 위헌 결정이다. 당시 헌재는 우리나라 수도가 서울인 점은 헌법의 해석상 국가생활의 오랜 전통에 의하여 확립된 불문의 관습헌법에 속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특별법에 위헌을 선고하였다. 수도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국가적 행위는 헌법개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논리였다. 당시 법조계는 관습헌법이란 생소한 개념에 놀라와 했고, 정치권은 대혼돈에 휩싸였다. 우여곡절 끝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이 다시 제정되었다. 청와대와 정부부처를 함께 옮기려던 애초계획이 백지화되고 정부부처만 옮겨지는 것으로 바뀌었다. 다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결과였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국무회의나 국회에 출석하느라고 정부 관리들이 세종시와 서울시를 오가면서 녹초가 되는 모습을 보노라면 안쓰럽다. 행정비효율도 크다.

지난 3월 초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부정청탁의 개념이 불명확하고 금품의 범위를 대통령에 위임하는 등 죄형법정주의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 신고자에 배우자를 포함하여 연좌제 금지 규정과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 처벌 대상을 민간영역인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까지 확대하여 과잉입법,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항의 등이 제기되었다. 법이 통과된 지 이틀만에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가 헌법소원을 제기하자 '올 것이 왔다'고 느끼는 법조인들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이 법에는 헌법적 이념이나 법논리상 아슬아슬한 점이 많았던 것이다. 법이 시행되면 경기가 침체할 거라는 경제계의 불안감도 한몫했다. 지난 7월 28일 헌재 결정 선고 기일을 앞두고 최소한 두 쟁점에 대하여는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점쳐진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헌재는 핵심 쟁점 모두에서 합헌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한 순간에 법은 강력한 정당성을 부여받았고 시행여부의 불확실성에서 해방되었다. 국가투명성이 터무니 없이 뒤쳐지는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청탁 문화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헌재의 정치적 결단이 있었다고 믿는다. 법이 시행되자마자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 청사의 구내 식당이 붐비고, 더치페이가 자연스러워졌다고 한다. 섣부른 희망일지 모르나, 이런 조심스러움이 일상화될 것 같다. 누가 아는가,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공무원, 언론인 그리고 교원의 청렴함이 관습헌법화 되었다고 결정할 날이 언젠가 올지.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