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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특별감찰관 제도, 한해살이로 끝나는가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과거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면 그 잘못된 과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참 바보 같은 짓이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하거나 만천하에 선언을 해도 그 잘못 된 일에 도돌이표가 달렸는지 아주 비슷한 패턴으로 재현된다. 임기 중반 이후 대통령 측근이나 가족의 부패와 비리가 그러하다. 어느 정권이든 출범 시에는 측근비리를 엄단하겠다고 선언하지만, 임기 말이면 어김없이 그들 때문에 낭패를 당한다. 자자형형(子子兄兄), 지난 4명의 전직 대통령의 아들들과 형들이 '권력형 비리'의 주역들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장담했다가 '만사형통(萬事兄通)'의 형님 때문에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들었다. 정권의 도덕성에 상처를 입히고 권력누수로 이어지기도 했다. 레임덕이 가속화되어 국정운영이 어렵게 돼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기 어렵게 만든다.

호가호위하는 권력의 주변을 잘 정리하고 통제하지 않으면 탈이 났던 역사의 반복이 지난 대선후보들에게 교훈을 주어 특별감찰관제의 도입을 공약했다. 주변을 감시하고 관리해 주는 자를 대통령이 임명하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임무를 부여해야 그나마 측근비리를 방지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제도 도입에 찬성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매 정권마다 권력형 비리가 계속 발생해 국민 불신이 심화되고, 감찰의 독립권이 보장되지 않아 적절한 수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면서 조사권을 갖는 특별감찰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야 이견으로 인해 2014년 3월에 비로소 감찰대상자를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으로 한정한 특별감찰관법이 통과되어 지난해 3월 초대 특별감찰관이 임명된 것이다. 특별감찰관에 의한 대통령의 제 살 깎기를 스스로 감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였지만 표를 의식한 공약에 불과했음이 오래지 않아 드러났다. 막상 특별감찰관이 측근을 조사하니 대통령은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처럼 반응했다. 길을 잘 닦겠다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3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던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올해 여름을 뜨겁게 달군 민정수석 비리의혹,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한 청와대 인사와 권력실세의 개입의혹에 특별감찰관이 내사·조사했다는 언론보도가 들리자마자 사표가 수리되었다.

독립성과 임기보장이 생명인 특별감찰관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누가 임명되더라도 임명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져서 그렇다. 애당초 특별감찰관제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권이 없어 감찰 대상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그래도 제도를 도입하고 특별감찰관을 임명한 대통령이 스스로 제도를 한해살이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길을 잘 닦겠다'던 초대 특별감찰관의 포부가 사표수리와 함께 허공으로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