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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시지프스의 출퇴근길

이천교 법무사 (경기북부회)

시지프스의 신화에 의하면, 신들은 시지프스에게 끊임없이 산꼭대기에까지 바윗덩어리를 굴려 올리게 하는 형벌을 내렸다고 한다. 시지프스는 온 힘을 다해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리지만, 바로 그 순간에 바위는 제 무게만큼의 속도로 굴러 떨어져 버렸고 시지프스는 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고 한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삶의 과정들이 마치 시지프스가 바위를 굴려 올리는 일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매일 아침 출근,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나는 늘 출근길을 걸으며 생각을 한다. 오늘 있을 예정, 그리고 출근해서 서둘러 먼저 할 일에 대한 생각과 처리방향, 지나온 일들, 특히 본의 아니게 크고 작게 실수하거나 결례했던 일들에 대한 반성과 미안한 마음, 처음 법학을 공부할 때의 생각과 눈앞에 닥친 법조 시장의 현실, 살아가면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크고 작은 도움을 많이 받고 신세를 졌듯이 나 역시 이해득실을 떠나 배려하거나 도움을 주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겠다는 다짐 등 거의 매일같이 비슷한 생각을 하며 출근길을 걷는다.

그러나 막상 사무실에 들어서고 나면 아침 출근길에 전혀 생각지 않았던 사람들의 방문과 상담,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전화 등으로 당초 하려던 일들은 대부분 뒤로 밀려 쫓기게 된다. 그나마 뒤로 밀려서라도 당일 처리하면 다행이다. 의뢰받거나 상담하는 사건들의 내용은 점점 더 간단한 것이 없고, 매우 복잡하고 사실관계 입증을 예상하기 어려워 짧은 시간 내에 처리하기에는 쉽지 않은 내용들이 대다수이다. 그 와중에 진행했던 사건들에 대한 여러 보정명령도 제때에 해야 한다. 이런 속에서 어떨 때는 전쟁 치르는 듯 격렬한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이러한 일들은 대부분 법무사 보수와는 거리가 멀고 그나마 법무사 보수도 제한돼 있어, 바쁘면서도 사무실 유지도 벅차기만 하고, 20년이 넘도록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생계형 법무사를 벗어날 수 없는 구조이다. 출근할 때 마음가짐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하루 업무가 끝나면 이번에는 같은 길을 걸어 퇴근하면서 또 다시 여러 생각을 한다. 출근할 때 마음먹었던 대로 하지 못한 반성, 역시 매일 반복되는 크고 작은 실수를 하거나 결례한 일들에 대한 반성과 미안한 마음, 급변하는 법무사 관련 시장과 사무실 걱정, 점점 버겁게 느껴지는 삶의 무게와 짐들, 앞날에 대한 생각….

매일 매일 지금 법무사로서만 21년이 넘게 시지프스의 출퇴근길을 반복하며 살아오고 있는 듯하다.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도달할 수 없는 삶의 목표나 이상을 향해, 계속 나의 삶의 바위를 굴려 올려오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 있는 한 계속 굴려 올려야 할 것이다. 그리나 비록 그 삶의 목표나 이상이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도래할 수 없는 것일지 몰라도, 북극성처럼 삶의 지향점을 향해 매일 진지하게 삶을 바위를 굴려 올리는 과정은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고 형벌도 아니다. 오히려 그 속에서 보람을 느끼고 만들며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 살아 있는 사람들의 존재이유일 것이다. 나는 오늘도 시지프스의 출근길을 걷는다. 앞으로는 더 뜨거운 땀을 흘리며 나의 삶의 바위를 굴려 올려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