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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사내변호사의 선거권은 그림의 떡인가?

이찬희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제가 변호사인지 잘 모르겠어요." 뜻밖의 말이었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서 당시로서는 드물게 사내변호사의 길을 택할 정도로 소신이 뚜렷한 후배였다. 대기업의 법무팀장급으로 승진하기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추석선물로 자기 회사 제품을 준다기에 퇴근길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변호사회 선거와 관련한 사내변호사들의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사내변호사로 들어간 지 10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딱 한번 투표권을 행사하였다는 것이다.

2007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선거 때부터 회원들의 투표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주기 위해서 사전투표제가 도입되었다. 회원 수가 많아지면서 한 자리에 모여 투표를 할 만한 공간의 확보가 어려웠다. 또한 실제로 다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보다 투표장에 오는 열성적인 회원들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민의가 왜곡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처럼 사전투표제도의 도입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비용과 선거관리가 문제되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예산을 총괄하는 재무이사로서 당시 이준범 회장님의 지시로 이에 대한 검토 작업의 실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비용보다 편익이 우선하는 경우 그 제도는 도입될 필요가 있는데, 회원들의 소중한 한 표가 제대로 행사된다면 그 정도 비용은 얼마든지 감당하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건의하였다. 그 결과 사전투표제가 도입되었고, 이제는 투표자의 70% 이상이 사전투표를 할 만큼 관심이 높은 제도로 자리 잡았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사내변호사들의 숫자는 공공기관을 포함하여 약 3200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반드시 그 의사가 회무에 반영되어야 할 정도로 비중 있는 숫자이다. 사내변호사는 변호사이기도 하지만 직장인으로서의 지위를 겸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 직장인들처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여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할 뿐만 아니라, 직장과 투표장도 거리가 있는 관계로 현재의 투표시간에는 투표를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근무시간에 외출하기도 용이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투표를 하려면 휴가를 내야하는데 대한변협회장과 서울회장 선거가 다른 날 치러지는 관계로 선거 때문에 두 번이나 휴가를 내기가 쉽지 않아 선거일이 하나로 통합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사내변호사들은 아직 변호사와의 공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조직문화 속에서 법치주의의 확립을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는 변호사들이다. 관심과 배려로서 그들에게 변호사협회로부터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소외감이 아니라, 변호사로서의 자부심과 동질감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무늬만 변호사가 아니라 똑같은 회비를 내는 똑같은 변호사인 사내변호사들의 선거권이 평등하고 실질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투표시간의 연장, 투표소의 증설, 선거일자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당장 선거규칙을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