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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변호사의 비밀유지권 입법화가 필요하다.

안식 변호사(법무법인(유) 한결)

1. 서론
최근 A 로펌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의뢰인과 관련한 자료를 임의제출 받는 충격적 사태가 발생하였다. 해당 로펌이나 변호사의 범죄혐의가 아니라 의뢰인의 범죄혐의와 관련하여 수사목적으로 자료를 요구한 것은 처음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에서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으로 앞으로 상례화 될 가능성은 없다고 하였지만 이 말을 믿을 수 없으며 오히려 수사편의주의에 따라 로펌이나 변호사들에게 의뢰인과 관련한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일이 상례화 될 위험이 크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에서는 "검찰과 법원은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유지권을 침해하는 영장을 남용하지 말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의뢰인 비밀보호권을 법제화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당연하고도 반가운 일이다. 이번에야 말로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을 입법화하여 변론권을 보장받아야 할 때이다.

2. ACP(The Attorney-Client Privilege) 에 대한 검토
변호사-의뢰인의 비밀유지제도는 우리나라 변호사법 제26조 (비밀유지의무 등)와 같이 비밀유지'의무' 의 방식으로 규정되기도 하지만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유지권, 비닉특권(秘匿特權) 등 권리로 파악하는 것이 영미법계나 대륙법계 공통적인 입장이다(의뢰인과의 관계에서는 의무로 파악해야 하지만 법원 등 국가기관이나 제3자에 대해서는 그 비밀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변호사의 권리).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는 변호사제도의 근간을 구성하는 것이다. 또한 이는 사법제도의 신뢰성 제고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럽변호사 행위규범'(The Code of Conduct for European Lawyers) 에서는 "비밀유지는 변호사의 일차적이고도 기본적인 권리이자 의무이다.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는 의뢰인의 이익뿐 아니라 사법제도의 운영의 이익에도 봉사한다. 따라서 이는 국가로부터 특별한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 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ACP도 절대적 권리는 아니므로 예외적으로 제한될 수는 있다. 변호사윤리장전 제18조 제4항은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가 있거나 의뢰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 또는 변호사 자신의 방어를 위해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최소한 범위 내에서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112조(압수거부) 단서나 149조(증언거부) 단서의 경우 의뢰인의 승낙이 있거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를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중대한 공익상 필요'와 관련하여, 미국의 '변호사직무에 대한 모범 규칙'(Model Rules of Professional Conduct) 에서는 의뢰인이 개인인 경우 ① 사망 또는 중대한 신체의 상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② 의뢰인이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범죄에 변호사의 조력을 이용하고 있을 때 그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③ 법률 또는 법원의 명령을 준수하기 위한 사유가 있을 때는 의뢰인의 비밀을 공개할 수 있다고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3. ACP와 관련한 검찰과 법원의 태도 비판
이번 A 로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의 신청과 관련하여 검찰관계자는 "조세 포탈 관련자료가 해당 로펌에만 있어 불가피했다"며,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보다 법원의 영장이 그에 우선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혼란스러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진국에서는 ACP의 예외가 되는 '중대한 공익적 필요'를 엄격하게 해석, 적용하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이미 과거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 중대하고 급박한 신체적, 재산적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건에 대해 단지 "관련 자료가 해당 로펌에만 있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하는 사태는 변론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5월 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1심 및 항소심이 인정한 ACP라는 실체적 권리 (1심 및 항소심에서는 헌법 제12조 제4항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근거로 ACP에 대한 명문의 근거가 없어도 실체적 권리로 인정될 수 있다고 하였다)를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형사소송법 제149조(증언거부권), 제313조, 제314조 등을 근거로 하여 압수수색과정에서 발견한 변호사의 의견서는 형소법 제313조의 전문증거이고, 작성자인 변호사가 적법하게 증언거부를 한 이상 제314조 전문증거의 예외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증거법적 측면에서 ACP의 취지를 인정한 바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에 의하면, 이번 A 로펌에 대한 압수수색(임의제출)에서 발견된 자료 역시 형소법 제313조의 전문증거이고, 변호사가 증언거부를 할 경우 증거능력이 없는 자료일 텐데 굳이 이러한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2011년 2월 개정, 시행된 독일의 신형사소송법 제160 a조는 형사절차상 변호사의 형사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은 수사의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하고, 변호사 사무실은 범죄증거자료 획득을 위한 압수수색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는 과거 압수수색의 법익을 변호사와 피의자(피고인) 간의 비밀스런 의사교환을 보호하는 법익과 각종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압수수색함으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을 비교ㆍ형량하여 압수수색여부를 결정하였던 것과 비교하여 ACP를 보다 강화하여 두텁게 보호하는 개정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개정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입법적 개정이전이라도 법원은 수사편의주의에 의한 검찰의 무분별한 압수수색영장 신청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한다. 개별 판사에게 맡기지 말고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4. 결론
2014년 10월 경찰관계자가 세월호 유가족 폭행사건을 수사하던 중 유가족과 변호인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였다가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번 압수수색사건과 함께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ACP에 대해 얼마나 낮은 인식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ACP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를 명문으로 입법화,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19대 국회에서 2013년 11월 노철래 의원이 대표발의를 한 변호사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다가 안타깝게도 국회 임기만료로 해당 법안이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위 개정안의 내용은 변호사법 제26조(비밀유지의무 등)에 제2항을 신설하여 "누구든지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의사교환 내용 및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하여 작성한 자료 등을 의뢰인의 의사에 반하여 공개하거나 개시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 다만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거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조항을 추가하는 것이다. 위 개정안에 대해 국회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보고서는 찬성론과 반대론을 정리하고 있다. 찬성론은 의뢰인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뢰내용 등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의뢰인이 충분하고 안전하게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고, 의뢰인 권리(ACP)가 인정되고 있는 외국 로펌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논거이고, 반대론은 영미법계에 특유한 의뢰인 권리를 대륙법계인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고, 의뢰인 권리를 인정할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권이나 행정기관의 조사권이 지나치게 많은 제한을 받게 되어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 주요 논거였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ACP는 영미법계에 특유한 제도가 아니며, 유럽이나 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들에서도 이미 도입된 제도이다. 이를 명문으로 인정하지 않은 나라는 선진국 중에 일본과 한국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ACP 자체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실체적 진실 발견 사이의 비교ㆍ형량을 통해 입법화, 제도화된 제도이다. ACP로 인해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렵다는 것은 수사편의주의에 빠져 있는 주장으로 이미 선진국에서는 논란이 끝난 후진적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ACP를 명문으로 인정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우리나라도 인권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길 바란다. 법조계(특히 변호사업계) 스스로 이 문제의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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