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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내가 쓴] '자문 공부'

윤정대 변호사 (대구회)

내가 '천자문 공부'를 쓰게 된 계기는 순전히 내 아이들 때문이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니던 세 딸이, 막내아들도 있지만 주로 세 딸이 단어 뜻을 내게 묻곤 했는데 그 때마다 나는 한자로 뜻을 풀어 설명했다. 한자로 풀어서 설명하면 단어 뜻이 정확하게 파악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둘째 딸이 중학생일 때 상승효과가 무엇인지 물었다. 아시다시피 상승효과는 한자로 相乘效果라고 쓰며 서로 영향을 미쳐 곱한 것처럼 효과를 커지다는 뜻이다. 相은 서로라는 뜻이며 乘은 타다는 뜻도 있지만 곱하다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상승효과의 상승을 上昇 곧 위로 올라가다는 뜻으로 풀이하면 잘못 이해하는 것이 된다.

그러다가 3년 전 아이들의 겨울방학 때 내가 직접 아이들에게 한자 공부를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오래전부터 내 책꽂이에 있던 어느 천자문 책을 교재로 꺼내 들었다. 그러나 정작 자세히 보니 한자 학습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책방에서 이것저것 다른 책들도 찾아보았지만 대부분 마찬가지였다.

천자문(千字文)은 중국 남조(南朝) 양(梁)나라의 주흥사(周興嗣)(470~521)가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하룻밤 사이에 천자문을 짓도록 어명을 받고 밤을 새워 천자문을 지었으나 너무나 애써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고 한다. 천자문을 白首文(백수문)이라고도 부르는 이유이다. 그러나 천자문은 하룻밤에 지었다는 이야기와는 달리 여기저기 시경, 서경, 주역, 효경, 논어 등과 고사의 인용으로 넘치고 내용도 우주, 자연, 고대 역사, 정치, 지리, 제도, 윤리, 도리, 인물, 천문 등을 포함하는 등 간단치 않다. 물론 체제유지를 위한 내용이 적지 않지만 말이다.

천자문은 각각 다른 1000개 한자가 네 글자씩 250개의 사언절구(四言絶句)를 이루고 각 四言絶句는 2개씩 짝을 이뤄 125개의 연(聯)으로 엮어져 있다. 매번 새로운 사언절구를 통해 새로운 한자를 익힐 수 있기 때문에 한자 학습에 매우 효과적이다. 영어 단어는 건축물을 이루는 재료와 같은 반면 한자는 숲을 이루는 나무와 같다. 영어 문장은 빈틈없이 완결되나 한자 문장은 글자 사이가 비어 있듯이 해석이 열려 있다.

이 책에서 천자문의 내용을 쉽게 풀이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관점에서 조명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한자 학습에 충실하기 위해 천자문에 나오는 상용한자(常用漢字) 789자를 포함한 1000자뿐만 아니라 나머지 상용한자 1011자도 실었다. 이들 한자를 훈 위주의 풀이를 지양하고 현재의 쓰임 곧 단어의 용례를 통해 살폈으며 중요도에 따라 구분하였다. 부록으로 고사성어 풀이를 덧붙였다.

나는 3년에 걸쳐 틈나는 대로 이 책을 써서 완성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 쓰기 시작했으나 어른을 위한 책이 되었다. 책이 790쪽으로 다소 두꺼운 편이지만 곁에 두고 틈나는 대로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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