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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외국인 200만명 시대의 출입국소송

차근규 변호사 (법무법인 공존)

1. 유령을 위한 변론

2016년 4월말 현재 체류외국인은 197만2580명이다. 200만명에 육박한다. 150만 명인 대전이나 광주 주민보다 많은 숫자다. 필자는 10년 전인 2006년 개방
직인 국적난민과장에 취임하여 5년 동안 근무한 적이 있는데, 2006년 당시 체류외국인은 91만명 정도였으니 불과 10년 사이에 체류외국인이 배가 되었다. 외국인에 대한 형사, 가사, 민사 사건도 늘어났지만, 외국인의 체류와 관련된 소송도 급증하였다. 그런데 외국인의 체류, 출입국과 관련한 소송을 하다보면 매번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출국명령 등의 처분으로 해당 외국인이 체류와 재입국에 있어서 받게 되는 불이익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령을 변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허탈함도 든다.

출국명령 등을 받은 외국인은 출국의 불이익만 받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 동안 재입국을 할 수 없는 불이익도 수반하여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 측이 출국명령 등으로 인한 원고의 입국금지의 불이익을 비례의 원칙 심사 시에 비교형량하여 달라고 주장하면 피고(출입국관리사무소장) 측에서는 의례히 입국금지가 걸려 있더라도 입국금지 해제를 받으면 비자를 받아서 재입국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입국금지 해제를 받아서 들어오는 사례들은 국민의 배우자이거나 친자녀처럼 특별한 인도주의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을 할까? 법원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피고의 주장을 원고의 청구기각사유로 적시한다. 출입국실무가 그렇지 않다는 원고 측의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만다. 또 다시 필자는 유령을 마주한다.

2.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판결

가끔 출입국 관련 판례를 보면, 몇 번이나 읽어보아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판결을 접하게 된다. 예컨대, 강제퇴거사유 중 하나인 출입국관리법 제46조제1항 제13호의'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자'의 해석과 관련한 것이다. 필자의 상식으로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고 석방된 자'는'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자'가 아니다.

그런데, 종래 판례의 주류는 그렇지 않다.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13호에서는'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사람'도 강제퇴거의 대상자로 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집행유예의 경우를 제외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절차에서 구속재판을 할 것인지 여부는 형사소송법 제70조에서 정한 구속 사유가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 뿐 강제퇴거 대상자의 선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금고 이상의 형'에는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이상, 불구속 재판을 받다가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하여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위 규정에서 정한 강제퇴거 대상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서울행정법원 2008구합37558판결 외 다수).

필자의 상식에 부합하는 반대 판결도 있으나 소수이다.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13호는 단순히 금고 이상의 형을'선고받은'사람이라 규정한 것이 아니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여기에서'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사람'이란 실형을 선고받아 집행을 마치고 석방된 사람이거나 적어도 수사 또는 재판 과정에서 구속되었다가 징역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음으로써 석방된 사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체포된 피의자를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거나 구속영장을 발부받지 못해 석방한 경우는'형을 선고받고 석방된'것이 아니므로,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13호로 포섭할 수 없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에도 반사회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이러한 사람에 대하여도 강제퇴거명령을 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경우에는 굳이 제13호에 근거하여 처분할 것이 아니라 다른 호에 근거하여 처분할 수도 있으므로, 굳이 법문언의 한계를 뛰어 넘어 제13호를 확대 해석할 필요도 없다』(서울행정법원 2014. 11.21. 선고 2014구단57174).

그러면, 왜 일반적인 국어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주류 판결과 같은 판결이 있을까?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13호의'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사람'조항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제46조 제1항 제3호(입국금지 사유가 입국 후에 발견되거나 발생한 사람)나 14호(기타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출입국행정에 구멍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법원이 출입국행정과 관련하여서는 주권행사 분야로 인식하여 매우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해 주다 보니, 법리해석에 있어서도 그만 무리한 논리를 끌어 쓰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 외국인에 대한 체류, 출입국업무에 대한 교육과정은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 교육과정에 없으며 법관연수과정에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행정법원에 배치된 후 출입국업무에 관한 소송을 하는 처음 접한 판사님들이 생소한 출입국실무에 대한 이해를 위하여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방문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한 두번의 방문만으로 출입국 업무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A부터 H까지 세분화된 체
류자격도 36가지나 되는데, 그 의미와 요건을 파악하는 것도 헷갈리기 십상이다.

3.' 손님'이 아닌'이웃'으로 다가온 외국인

출입국행정은 외국인에 대한 대한민국 주권의 행사이기 때문에 고도의 재량권을 가진다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이다. 법원의 기본입장도 동일하며, 필자도 기본적으로 그 취지에 공감한다. 하지만, 각론에 있어서는 달리 볼 부분도 있다.

우리 출입국관리법은 법 제46조에서'입국금지사유가 입국 후에 발견되거나 발생한 사람'을 강제퇴거대상자로 규정함으로써 입국금지사유와 퇴거사유를 동일시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입국하지 않은 외국인에 대한 사증불허와 같은 처분이 있을 때의 재량권행사 및 이에 대한 사법통제와 어떠한 방식으로든 입국하여 국내에서 다년간 인적 물적유대관계를 형성한 외국인에 대한 출국명령과 같은 처분이 있을 때의 재량권행사 및 이에 대한 사법통제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일본의 경우, 강제퇴거 대상자는 체류국 사회와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반영하여 그 사유를 입국거부에 비하여 더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의 입국관리법은 입국(상륙)거부 조항에서 우리나라 법 제11조 제1항 제4호와 유사한'법무대신이 일본국의 이익이나 공안을 해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규정을 두고 있으나, 강제퇴거조항에서는'법무대신이 일본
국의 이익 또는 공안을 해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는 자'라는 규정을 둠으로써 강제퇴거사유를 입국거부사유에 비하여 더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일본 입국관리법에서 입국금지사유에 많이 사용되는 표현인'우려'로 강제퇴거를 할 수 있는 조항은 단 1개이다. 바로'공중 등 협박목적의 범죄행위'의 경우에는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강제퇴거대상이 될 수 있다.

체류국 사회와의 인적 물적 유대관계를 감안하는 일본의 입법례가 좀 더 선진적인 입법례는 아닐까? '제국의 미래'의 저자 예일대 로스쿨 교수 에이미 츄아는 이방인에 대한'관용'을 제국의 원동력으로 보았는데, 외국인이 더 이상 잠시 머물다 가는'손님'으로서만이 아니라'이웃'으로서의 성격도 많이 가지게 된 현실에서 우리도 우리사회와 인적 물적 유대관계를 형성한 외국인의 출국처분과 재입국에 대하여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4. 유령의 죽음과 권익

필자는, 몇 년 전 출입국정책에 대하여 연구하는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아주 젊은 출입국직원이 있기에 어떤 계기로 이민정책을 연구하는 모임 회원이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그 직원은 일선 사무소에서 여성 중국동포에 대한 강제퇴거명령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여성이 울면서"나는 돌아가면 죽을 수밖에 없다" 라고 하소연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직원은 관련 법령과 지침에 따라 강제퇴거명령을 내렸는데,
그 여성이 퇴거집행 선박 위에서 투신자살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 직원은 큰 충격을 받아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고 했다. 자신은 그냥 정해져 있는 대로 업무처리를 했을 뿐인데, 당사자인 중국동포 여성에게는 결과적으로 치명적인 처분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서는 자신이 비록 말단직원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업무의 중요함을 알고서 이민정책에 대하여 배우고자 그 모임에 나왔다는 것이다.

지금 투신자살한 그 중국동포여성과 같은 절박한 처지에 몰린 외국인은 없을까. 지나치게 온정적인 시각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외국인이 국내에 입국한 후 다년간 형성한 인적 물적 유대관계를 도외시하는 현재의 제도와 관행은 그대로 타당한 것일까?
체류외국인 200만 명 시대, 유령과 같은 외국인의 권익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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